직장에 이름만 걸어두고 개인 돈벌이하는 청년층 통제 나서

함경남도, 20대 청년의 퇴사 과정 등에서 나타난 부정 사례 '통보교양자료'에 담아 배포

인민소비품(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북한 함흥편직공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함경남도가 직장에 이름만 걸어두고 개인적으로 돈벌이하는 청년층의 세태를 문제 삼으며 통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함흥시의 각 기관 기업소 정치조직들에는 함흥시의 한 공장에 다니던 20대 후반 청년 김모 씨의 퇴사 과정 등에서 나타난 부정 사례가 담긴 통보교양자료가 배포됐다.

이 자료에 제시된 내용은 이렇다.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공장에 현장 기사로 들어와 몇 년간 열심히 일하며 기술혁신 과제 수행에도 성실히 참여해 성과를 냈으나,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공장에서 퇴사했다.

그러나 실상 김 씨는 아무런 사유 없이 퇴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1년간 몸이 아프다고 거짓말하며 진단서 제출을 반복해 퇴사를 준비해왔던 것이었고, 이를 알 리 없는 공장은 별다른 의심 없이 김 씨의 퇴사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는 공장에서 퇴사한 뒤 ‘경로동’(輕勞動) 직장에 적(籍)을 붙이고 집에서 전자제품을 수리하며 돈을 벌었다.

북한은 질병, 장애로 인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경노동 대상으로 정해 육체적으로 크게 힘들지 않은 비교적 가벼운 노동을 부여하고 있는데, 경로동 대상도 아닌 김 씨가 경로동 직장에 이름을 걸어두고 심지어 불법적으로 개인 돈벌이까지 한 것이다.

이는 김 씨와 함께 일했던 몇몇 공장 노동자들이 퇴사한 김 씨의 집에 병문안을 가게 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 ‘김 씨가 경로동 직장에 적을 걸어두고 집에서 TV, 변압기를 고쳐주며 돈을 벌어 그 어느 때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여유 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공장은 즉각 공장 당위원회에 김 씨가 부정하게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이 사안은 도 당위원회에까지 보고됐다.

이에 도당은 공장을 속이고 퇴사한 뒤 경로동 직장에 적만 걸어두고 집에서 불법적인 개인 돈벌이를 한 김 씨의 사례가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김 씨의 이름, 나이, 거주지 등 개인 신상 정보를 모두 밝혀 통보교양자료에 담아 각 기관 정치조직들에 배포할 것을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연로보장(정년퇴직) 나이까지 그 어떤 명예나 보수도 바라지 않고 죽어도 현장에서 죽는다는 정신으로 일한 혁명 선배를 본받을 대신 수입이 없는 직장을 다니는 것을 오히려 창피해하는 풍조가 젊은층에서 최근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에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교양의 계기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시된 김 씨는 함경남도 법무부 교양 과정에서 “공장 일을 수년간 열심히 했는데도 생계는 장마당에 나가는 아내로 유지했다. 임신한 아내가 추운 데서 장사를 하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 적만 붙여놓고 집에서 전자제품 수리를 해주면서 아내가 해산(출산)할 때까지만이라도 돈을 벌려고 했던 것”이라고 사정을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김 씨는 퇴사했던 공장에 재배치됐고, 경로동 직장에 김 씨의 적을 걸어준 해당 단위 정치, 행정 책임자들도 도 법무부에 불려가 비판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 법무부는 이번 사건으로 도내 모든 경로동 대상들에 대한 의료 소견서와 공장 개인 문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김 씨 사례와 유사한 사례가 더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도 법무부는 청년들이 국가 일을 하면서 돈을 못 버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적만 걸고 공장 생활이나 조직 생활을 형식적으로 하는 형태를 전반적으로 조사해 엄중성 정도에 따라 노동단련대나 법적 처벌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