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화 환율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지만 그 상승폭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여러 차례 좌절된 탓에 북한 내부에서 무역 확대 관련 지침이 내려와도 이것이 곧바로 외화 확보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북한 원·달러 환율은 8400원으로 조사됐다.
앞선 조사 때인 지난 5일 신의주의 북한 원·달러 환율이 8380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0.2% 상승한 것으로, 큰 등락을 보이지 않았다.
19일 평양의 북한 원·달러 환율도 8360원으로 조사돼 지난 5일 조사 당시 환율 8370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7월 말 1달러에 8000원대 수준을 회복해 7개월째 8000원대 초중반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국경봉쇄 직전 북한 원·달러 환율이 8300~84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현재 달러 환율은 국경봉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안화 환율의 경우 달러보다는 상승폭이 크지만 지난해 11월 말 이후 3개월째 1100~1200원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19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위안화 환율은 1190원으로, 지난 5일 조사 때 환율 1160원보다 2.5% 상승했으며 신의주의 위안화 환율도 1230원으로, 직전 조사 당시 환율 1200원보다 2.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양강도 혜산의 북한 원·위안화 환율 역시 평양, 신의주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국제 시세가 달러화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북한의 경우 지난 3년간 무역이 막혀있던 양강도, 함경북도 등에 무역지침이 하달되고 세관 정비 등이 이뤄지면서 달러보다는 위안화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 권력 기관 산하의 대형 무역회사가 주도하는 국가 무역은 남포나 신의주를 통해 주로 이뤄져 왔고 이들은 달러를 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중소형 무역회사가 진행하는 지방 무역의 경우 위안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3년 동안 무역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번이 좌절되면서 당국의 무역 관련 지침이 내려와도 이것이 곧 무역 준비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지난 10일 각 지역 무역기관에 수입·수출 계획 및 외화 확보 방안을 담은 종합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외화벌이 활성화 주문한 北… “종합계획서 올려보내라”)
함경북도 소식통은 “코로나 기간 동안 무역이 열린다고 해놓고 안 열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냐”며 “확실한 무역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준비 지시만으로는 비(위안화)를 사놓고 그러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북중 무역에 관여하는 무역일꾼들 사이에서 3월부터는 지금보다 무역 통로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하다고 한다.
북중 무역에 정통한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현재 조선과의 무역 분위기는 순조로운 편”이라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통칭)가 끝난 이후에는 신의주 쪽도 양강도나 함경북도 쪽도 무역이 조금 더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