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북한의 영토완정(Ⅱ)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9월 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2일 회의가 전날(8일)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핵무력정책이 법령으로 채택됐으며, 시정연설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법령에 ‘령토완정’ 표현을 명기한(2022.9.8) 사실과 관련, 필자는 “김정은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에 오른 상황에서 ①적화통일 노선을 더욱 명확히 하고 ②핵공갈을 노골화하기 위한 조치다”고 평가(2022.10.20.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김정은의 또다른 커밍아웃(coming out): 영토완정’)한 바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력은 국가의 주권과 령토완정, 근본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전쟁을 방지하며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보장하는 위력한 수단이다…1. 핵무력의 사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 공격으로부터 국가주권과 령토완정, 인민의 생명안전을 수호하는 국가방위의 기본력량이다.”(2022.9.8.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전문 및 제1조)

그 이후 재미 친북인사를 비롯 일부 학자들이 “너무 확대해석한 것이다. 영토완정은 북한지역을 수호, 보전(保全)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하게 내놓고 있다. 필자는 이런 평가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며 사안이 중대한 만큼, 북한이 말하는 영토의 범위 및 용례(用例), 국가안보 원칙 등 3가지 차원에서 소견을 다시 한번 밝히고자 한다.

북한의 영토 범위는 당규약과 연계해서 봐야

대한민국은 헌법 제3조에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 남북분단으로 인해 북한지역에 대한 실질적 관할권 행사를 유보하고 있지만, 개념적으로는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대한민국 헌법 제3조)

그러나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에 “수도를 평양으로 한다”고만 했을 뿐 별도의 영토 조항은 두지 않았다. 단지 헌법보다 상위 개념인 ‘노동당 규약’을 통해 범위를 추정해 볼 수 있는데, “공화국 북반부와 전국적 범위”를 구분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2021.1 8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북한이 7차 당대회 규약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수행” 표현을 8차 당대회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 실현”으로 변경한 것이 대남적화혁명노선을 포기한 걸로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정치사전 등 공식문건을 보면, 수정된 당규약은 “개념을 풀어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즉 ‘자주’는 민족해방, ‘민주’는 공산당의 자유로운 활동 허용을 의미하므로 일종의 ≪분식수정, 용어혼란전술≫일 뿐이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말하는 영토는 “북한 내부를 넘어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영토를 휴전선 이북으로 한정하는 주장은 ▲1945년 김일성의 북조선민주기지론에 기초한 70여 년 역사의 대남적화통일노선을 간과한 것으로서 ▲김정은의 의도를 너무 선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북한영토 개념을 자의적으로 축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용례를 정밀 분석해 봐야

북한은 김일성시대에 ‘국토완정’을 주장하며 6.25 남침을 자행했다. 이후에는 동 표현보다는 “전국적 범위에서의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 과업 수행(=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 실현),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주로 사용하였다.

북한은 ‘령토완정’ 표현을 중국의 대만통일 즉 ‘One China’ 노선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등을 지지하기 위한 친서나 외무성 담화 등에 주로 사용해 오고 있다.

“우리는 대만문제에 대한 외부세력의 간섭행위를 규탄배격하며 국가주권과 령토완정을 견결히 수호하려는 중국정부의 정당한 립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중국의 장성강화와 통일위업수행을 저해하려는 미국의 기도는 좌절을 면치 못할 것이다.”(2022.8.3 북한외무성 대변인 성명)

“국제사회는 조로사이의 사실무근한 《무기거래설》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우크라이나에 각종 살인무장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들이밀어 이 나라에 류혈참극과 파괴를 몰아오고 있는 미국의 범죄적 행위에 초점을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한마디 부언한다면 로씨야 인민은 그 누구의 군사적 지원이 없이도 자기 나라의 안전과 령토완정을 수호할 의지와 능력을 지닌 가장 강인한 인민이다.”(2022.12.23. 북한 외무성 대변인 기자 질의응답).

만약 북한의 ‘령토완정’ 표현에서 그 영토를 ‘북한 내부 지역’으로 한정할 경우, 북한이 중국(대만통일)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사용하는 용례와 완전히 배치(背馳)된다.

안보는 0.0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바른 진단이 바른 대안의 출발점이다. 과소평가는 과대평가만큼이나 금물이다. 그렇지만 국가안보는 작은 징후라도 포착하고 대비해 나가는 게 기본원칙이다. 당연히 북한이 그들의 영토를 ‘북한 내부’로 한정한다면 우리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리들만의 소망이 아닐까?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도발을 강화하는 가운데 핵 선제공격을 규정한 핵무력 정책에 ‘령토완정’ 표현을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좀더 포괄적·경험적 해석에 기초해서 대비≫ 해나가는 게 옳지 않을까?

다시 한번 강조한다. 북한이 핵무력 정책 서문과 제1조에 포함시킨 ‘령토완정’ 4글자는 노동당 규약 서문의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 목표를 보다 적나라(plainly)하게 표현한 문구라고 할 수 있다. 치밀하게, 최악의 상황까지도 가정하고 대비하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TV에서는 북한이 강대강 대미 비난 성명서를 발표했고, 탄도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신형 엔진실험을 했으며, 금명간 최첨단 무기를 총동원한 대대적인 열병식,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김일성은 ‘국토완정’을 내걸고 6.25 남침 전쟁을 일으켰다. 김일성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는 김정은은 ‘령토완정’을 외치고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일갈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