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인터뷰] 무역업자 “다방면적으로 통로 열렸으면”

[설 기획-北 주민에 새해 소망을 묻다①] "여러 지역에서 교류가 가능해지는 것 바라"

[편집자 주]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국경봉쇄로 무역이 중단되고 장마당이 위축되면서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주민들의 호소가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렇게 모든 것이 부족한 때에도 농업 생산량 증대, 국방력 강화를 외치며 성과를 압박했습니다. 코로나가 삼켜버린 지난 3년을 악착같이 버텨온 북한 주민들. 본격적인 ‘엔데믹’(endemic)을 맞은 지금 그들이 가장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데일리NK는 설을 맞아 각 분야 다양한 직업군의 북한 주민 인터뷰를 연재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려 합니다.
북중 화물열차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출발해 평안북도 신의주를 향해 가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중국 소식통 제공

지난해 북한과 중국의 무역액이 10억 달러를 넘겨 2021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북·중 무역 규모가 코로나 이전의 1/3 수준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2020년 1월 국경을 원천 봉쇄했다. 국경이 봉쇄되자 무역 종사자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밀수업자들은 물론이고 수출입허가권(와크)를 소지한 무역업자들도 국가 무역이 허용된 소수의 권력 기관 소속이 아니면 무역에 참여할 수 없게 돼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해 2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에서 국가유일무역제도 환원 복구를 선포하고 곧바로 무역회사 통폐합 작업에 나섰다. 지역 기관 소속 무역회사이거나 수출입 실적이 저조한 무역회사를 내각 또는 권력 기관의 대형 무역회사 직속으로 통폐합시키면서 무역업자들은 또다시 부침을 겪었다.

3년간 코로나 사태를 지나온 현재에도 무역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국가가 허용하는 국가 주도 무역에 참여할 만큼 비교적 큰 단위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완이 있거나 중국에 든든한 무역파트너(대방)를 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무역업자들의 위세가 다소 등등해졌지만, 국가의 통제가 강화된 현 상황에서 이윤을 내려면 ‘혁명적으로 달라붙어야 한다’는 게 북한 무역업자의 말이다.

현재 중국과의 무역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북한 무역일꾼으로부터 2023년 새해 소망은 무엇인지, 국가에 바라는 바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북한 무역업자와의 일문일답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때 북한 내에서 무역일꾼에 대한 평가나 위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작은 무역기관에 있던 사람들은 완전히 직장을 잃었고 그나마 큰 무역기관으로 편제된 사람들도 실적을 못 내면 언제든 무역을 그만둬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인구조정이 되면서 그래도 무역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남았다는 것으로 국가와 무역에 필요한 대상들이라는 점이 증명된 셈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위세가 조금 높아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돈이 없어 우(위)에 못 고이고 살아남지 못하거나 대방이 든든치 못해서 떨어진 사람들은 무역밖에 할 일이 없는데 새로운 일을 다시 찾아야 하니 측은한 대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얘기한 것처럼 지난해 국가 중심의 유일무역제도를 선포하면서 작은 무역 단위들이 정리됐고 이후에 국가가 허용하는 물품만 수입하도록 무역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런 방침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먼저 장점을 얘기하자면 국가무역지도서 자체를 국가가 주도해서 짜고 있기 때문에 계획 달성에 그렇게 미쳐있지 않아도 된다. 국가가 승인 안 해주고 문을 안 열어 주면 못 나가는 형태가 됐기 때문이다. 계획을 못 해도 국가가 안 열어 줘서 못 한 것이니까 국가가 개인이나 기관을 비판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 단점이 훨씬 크다. 국가 주도 무역의 단점은 무역의 후퇴, 경제의 후퇴 그 자체다. 이 작은 나라에서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뭐 얼마나 되겠나. 무역에 의존해서 수입, 수출 륜환선(윤환선) 고리를 부단히 활성화해야 경제가 돌아간다. 다시 말해서 수입품이 유통되는 수매상점과 장마당을 활성화하고 거기서 동력을 얻어야 하는데 무역을 통제하니 그 륜환 고리가 끊어진 것이다. 무역을 통제하니 장마당과 수매상점도 다 통제하는 꼴이 됐고 지금 인민들 생활이 엉망진창이다. 대신 평양에 간부들이 가는 고급 백화점이나 외화 상점에는 상품이 차고 넘친다. 그것을 이용해서 여기서만 외화를 소비하라는 것인데 지방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평양 한 번도 못 와보고 죽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비현실적인 수매 전략이다. 무역이라는 한 거리가 파탄 나면 인민들 불편과 불만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무역만 허용되는 상황에서 무역일꾼들이 돈을 벌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수입과 수출이 둘 다 이뤄지지 않고 수입만 하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돈을 많이 벌기는 어렵다. 생돈을 가지고 나가 물건을 사서 들어올 때 국내에 들여와서 조금 남겨야 한다. 대방이 더 얹혀준 물건이나 다른 공짜로 생긴 물건을 국내에서 비싸게 넘기는 방식이다. 조국에서 100딸라(달러)에 들여오도록 견적이 나온 제품을 90딸라에 들여오면 10딸라의 몫이 생기기도 한다. 대방들은 우리 조선(북한) 무역자들의 심정을 잘 알아서 흥정하자고 달라붙으면 리윤(리윤)을 조금 남겨주려 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수출이다. 수출이 이뤄져야 떼돈을 번다. 수출품은 대방이 정하는 것으로 인식이 돼 있어서 국가가 현장에 나와보지 않는 한 부르는 게 값이다. 거기에 내 리윤을 얹는 거다.”

–연초부터 중국 코로나 감염자 확산으로 무역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새해가 시작됐는데 무역업자 입장에서 올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다방면적으로 교류 통로가 열렸으면 좋겠다. 언제 육로가 개통될지는 모르겠다. 모두 뜬소문일 뿐 정확한 무역지도 지침이 나온 것은 없다. 신의주로 육로가 개통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건 국가의 립장(입장)이다. 우리 무역자들이 바라는 건 여러 지역에서 교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국가에서 지정된 통로로만 무역을 하게 하면 그만큼 돈이 더 든다. 그게 문제다. 아직은 다방면적으로 통로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올해는 전방위적 지역에서 무역을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고 수입뿐만 아니라 수출도 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가가 특수화를 없앤다는 허황한 문제로 현재 무역 기반을 또 무효화하거나 행정 실무체계를 변화시키지 않는 게 가장 바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