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농업협력] 8기 6차 전원회의를 통해 본 북한의 농업 전망

북한 농촌지역 오토바이
북한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오토바이를 탄 주민이 논두렁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를 2022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6일 동안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이번 전원회의는 과거(제8기 제4차, 제8기 제5차)와는 달리 2022년도 국가정책을 평가함에 있어 농업의 주요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새로운 농촌혁명강령을 실현하기 위해 시군들에 본보기 살림집 건설과 연포지구 건설(대규모 온실)을 내세웠을 뿐이다. 이렇게 북한이 성과를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는 강력히 지속되고 있는 대북제재와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로 북한의 경제가 어려웠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올해는 당 제8차 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계획 실현의 3번째 해로 국가경제발전의 큰 걸음을 내딛기 위해 생산장성과 정비보강전략수행, 인민생활개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70년대 투쟁정신을 강조하는 모습은 과거의 천리마 속도를 연상시켰다. 전원회의 보고에는 인민경제 각 부문들에서 달성해야 할 경제지표들과 12개 중요고지들을 기본과녁으로 정했다고 발표했으나 구제척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1월 2일 올해 농사준비를 위해 농촌에 거름을 지원해 주는 과업이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예년보다 4~5일 빨라졌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를 관철하기 위해 각급 당조직 및 근로단체가 전원회의 내용에 대한 집중학습을 하고, 각 산업별, 지역별로 전원회의 결정관철을 위한 궐기대회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선중앙통신은 1월6일자 방송에서 평양시 궐기대회가 5일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대회에서 앞서 밝히지 않았던 12개 중요고지들의 내용이 밝혀졌다. 궐기대회의 주요 내용은 ‘올해 농사의 결정적 생산으로 평양수도의 농업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집중하고 결정적 전진을 이루어야 한다’고 하면서 ‘과학농사, 과학축산에서 전국적인 본보기 창조’를 강조했다. 그리고 ‘재해성 기후에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하면서 높은 소출’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농업근로자들의 열의와 농장들의 생산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다수확 농장원, 다수확 작업반, 다수확 농장’을 늘이며 ‘평양시에 부과된 알곡과 남새(채소) 등 농산물을 무조건 수행하여 생산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또한, ‘농촌살림집 건설과 관상용 양묘장 건설’, ‘축산기지에서 젖제품인 영양식품을 어린이들에게 공급’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궐기대회 이후 군중시위 과정에서 제시된 인민경제 12개 고지내용은 ① 알곡 ② 전력 ③ 석탄 ④ 압연강재 ⑤ 유속금속 ⑥ 질소비료 ⑦ 시멘트 ⑧ 통나무 ⑨ 천 ⑩ 수산물 ⑪ 살림집 ⑫ 철도화물수송 이다. 이 목표는 북한의 식량, 에너지, 산업 등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해결해야 할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모든 산업이 연관되어 있지만 북한이 말하는 식의주 관점에서 살펴보면 식(食)과 관련된 농업 목표는 ① 알곡, ⑥ 질소비료, ⑩ 수산물이고, 의(衣)는 ⑨ 천, 주(住)는 ⑦시멘트, ⑪ 살림집으로 우선적으로 식량문제를 거론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농업전망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북한은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정비보강전략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이 2021년에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서 농업부분에 제시된 종자혁명, 과학농사, 저수확지에서의 증산, 새땅찾기와 간석지개간, 농산과 축산을 발전, 농촌경리의 수리화, 기계화를 정비보강 수준에서 추진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새땅찾기를 통해 밀보리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식량 생산량을 증대하여 식생활 문화를 개선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작년 농진청에서 발표한 2022년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발표에서 밀보리 생산량이 전년 대비 2만 톤 증가했는데, 그 사유는 기후조건은 좋지 않았으나 재배면적 증가로 생산량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비료와 관련해서는 질소비료 등을 생산하는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등을 중심으로 공정의 과학화, 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얼마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중무역이 감소하면서 비료 수입이 급격히 감소 되었으나 올해 초 농번기 이전에 중국으로부터 비료를 어느 정도 규모로 수입할 수 있는지에 따라 알곡작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멘트와 살림집에 관해서는 지난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시군의 농촌건설에 필요한 시멘트를 우선 공급하여 살림집 건설을 독려했고 그 이후 농촌 각 지역에서 살림집 건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살림집 입주가 현저히 늘어난 것을 노동신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북한은 사회주의 농촌문제 해결을 위해 농촌발전전략의 중심과업을 설정했는데 그것은 식량문제 완전해결과 농촌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변시키는 것으로 앞으로도 농촌지역의 살림집 건설은 지속적으로 추진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당국이나 시군에서의 재원이나 건축자재 등이 충분히 지원되지 못하면 사업의 연속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은 2021년 7월 UN고위급 정치포럼의 자발적 국가보고에서 식량부족 원인으로 자연재해와 복원력 약화, 농자재 부족, 기계화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구체적으로 국제사회에 밝혔다. 이번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점령해야 할 고지 중에서 첫 번째가 알곡이다. 북한은 알곡 생산증대를 위해 김일성 시대부터 김정은 시기에 이르기까지 농촌기술혁명인 수리화, 기계화, 전기화, 화학화를 강조했다. 지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는 농업수리화를 강조하면서 과학적인 물관리체계를 세우고 물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요한 정책적 과업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가뭄과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관개구조물들과 설비, 저수지와 물길 등을 정비보강하고 기상기후조건에 맞게 물관리를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3일 데일리NK는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함경북도 회령시 당위원회 책임일꾼 회의에서 농업부문의 관개문제 해결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고 보도했다. 농작물의 생육에 있어서 물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용수공급이 되어야 하는데 북한의 수로는 흙수로로 손실률이 커서 말단부의 농경지까지 물이 공급되지 못하고, 홍수가 되면 하천이나 수로가 범람하여 농경지가 물에 잠겨 농업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북한의 수리화는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자연재해의 유무와 유형(가뭄, 홍수, 고온)에 따라 농업생산량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이렇듯 북한에서 수리화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고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지만 경제사정 악화로 국가의 물질기술적 지원이 잘 이루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당면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들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에 열린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를 통해 본 북한의 농업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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