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지난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전원회의 개최 목적은 제9차 대회가 제시한 전략적 과제들과 새로운 5개년 계획 수행을 위해 2026년도 당 및 국가정책 집행 정형을 중간 점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회주의 건설 전반을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발전 궤도에 올려세우는 데 절실한 현안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원회의에서 상정 토의된 두 번째 의정은 ‘석탄공업을 추켜세우며 전국의 탄광마을을 개변시킬 데 대하여’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석탄공업 부문에 남아 있는 낙후성을 털어버리는 문제는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성과적 완수를 위한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발전 20×10정책’ 대상 건설과 함께 석탄공업 부문 전반을 기술적·문화적으로 개벽시키는 또 하나의 새로운 전선을 전개하기 위한 방향적 문제들을 언급했다. 또 석탄공업 발전과 관련해 특별히 중시하는 과제는 탄부들의 살림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는 농촌 살림집들을 개변시키는 것 못지 않게 방대한 대건설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탄광지구건설지휘부를 중앙과 도에 조직하고 설계와 시공 역량을 튼튼히 꾸리며 설비와 자재, 수송 보장과 같은 준비사업을 착실히 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고 했다. 그리고 탄광지구의 특성에 맞게 살림집과 공공건물들의 설계를 잘하고, 천성청년탄광을 표준탄광으로 꾸리라는 구체적 과업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2021년 12월 조선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새시대 농촌 혁명 강령’이라는 농촌진흥 정책을 밝혔다. 정책의 핵심 목표는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 생산성 증대와 낙후된 농촌 생활 환경을 현대화 및 문명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3대 혁명 즉, 사상, 기술, 문화혁명을 강조했다.
그리고 올해 3월 15일 평안남도 순천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천성청년탄광을 찾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투표하고 탄광 노동자들과 일꾼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날 “사람이 살아가자면 곡물농사를 잘해야 하고 국가가 살아가자면 석탄농사를 잘해야 한다”며 “석탄은 어제도 오늘도 우리 공업의 심장이며 자립경제 발전의 동력”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제9차 당대회 이후 첫 경제 현지지도로 3월 1일 황해북도 상원군에 위치한 상원세멘트(시멘트)연합기업소를 축하 방문했다. 이 기업소는 북한의 연간 시멘트 생산량의 약 3분의 1(약 200만 톤)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시멘트 생산기지이며, 2023년과 2024년 10대 최우수 기업으로 뽑힌 대표적인 시멘트 생산공장이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당과 정부는 상원의 생산 실적을 국가 발전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지표로서 대단히 중시하고…나라의 부강발전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상원의 노동계급에게 다시 한번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역할과 수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왜 석탄공업을 강조하고 있는가?
첫째, 에너지 확보를 통한 자립경제 강화이다. 김 위원장은 제8기 제6차 전원회의(2022년 말)에서 인민경제 발전 12개 중요 고지를 설정했다. 첫째가 알곡이고, 둘째가 전력, 셋째가 석탄이었다. 이는 북한이 석탄을 국가와 인민경제의 생명선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 북한은 대북제재와 국제 유가 폭등 속에서 외부로부터 원유나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국 내에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된 무연탄과 갈탄을 생산해야 한다. 석탄 생산이 증대돼야 화력발전소를 통한 전력이 공급되고, 금속·화학 공업을 토대로 농업 부문 등 다양한 경제 산업이 잘 작동될 수 있다. 올해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이다. 제9차 당대회 이후 북한은 무조건적인 목표 달성을 강조하며 전국의 탄광 등에서 연간 계획을 앞당겨 달성했다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노동신문은 전국의 젊은 청년과 대학생, 여맹 등에서 탄원해 탄광, 농촌, 원료기지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둘째, 김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발전 20×10정책’으로 지방공업공장과 병원, 종합봉사소 건설 등에 필요한 시멘트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석탄과 시멘트는 전혀 다른 산업군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석탄은 단순히 열을 내는 연료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석탄이 타고 남은 그 부산물이 시멘트의 원료로 재활용되기 때문이다.
셋째, 탄광 기술의 낙후성 극복과 탄광마을 현대화이다. 농촌과 탄광 지역은 북한의 대다수 주민이 기피하는 지역이다. 탄광마을의 생활환경 개선은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농촌진흥 정책인 ‘새시대 농촌혁명강령’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탄광들은 장비 노후화, 갱내 침수, 전력 부족 등으로 노동 생산성이 저효율 상태이다. 북한이 시범사업으로 천성청년탄광에 정보화·자동화를 통한 표준탄광 모델을 만드는 것도 생산성을 증대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석탄공업 활성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선, 북한의 석탄공업 현대화 움직임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 시 에너지 경제협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석탄(무연탄 및 갈탄) 매장량은 약 205억 톤으로, 매장량 기준 세계 5위 규모의 석탄 부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석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북 제재 완화, 남북관계 개선 시 한국의 채굴·가공 기술 및 인프라 투자와 북한의 석탄 자원을 연계하는 상생형 경협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반도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과제와 직결된다. 북한의 석탄 중심 에너지 심화는 한반도의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이 저효율 화력발전과 석탄 화학공업을 확충할 경우 미세먼지,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되어 한반도 지역의 대기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에너지 구조를 신재생에너지나 저탄소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기후 에너지 협력 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 한반도 에너지 통합과 북한의 지역 개발에 대응하는 선제적 전략마련이다. 우리는 북한의 석탄공업 투자 규모와 탄광 지역의 인프라 개선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남북 에너지 시스템 통합에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현재 북한이 추진 중인 ‘지방발전 20×10 정책’과 연계한 농촌 지역 개발 계획을 미리 수립해둬야 할 것이다.
※본 내용은 연구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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