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총정치국이 인민군 창건 75주년(2월 8일, 건군절)과 ‘일당백’ 구호 제시 60주년(2월 6일)을 계기로 전군 중대 교양실에 비치된 화면노래반주기(노래방 기계)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1일 “총정치국은 부대 정치부들에 조선인민군 창건 75돐(돌)과 일당백 구호 제시 60돐을 맞으며 각 중대급에 이미 비치돼있던 화면노래반주기보다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교체사업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면노래반주기는 명절이나 휴식일, 평일 오락회 시간 때마다 군인들이 애용하는 유희시설로, 지난 2006년 김정일의 지시로 중대 교양실마다 설치됐다. 이후에 수리나 부분 교체는 이뤄졌지만, 전군적으로 새로운 기계로 교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건군절은 애초 2월 8일이었다가 1978년부터는 김일성이 이끈 항일 빨치산 부대 ‘조선인민혁명군’이 그 뿌리라며 조선인민혁명군이 창설된 4월 25일로 건군절을 변경해 기념해왔다. 그러다 지난 2018년 북한은 4월 25일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바꾸고 2월 8일을 다시 건군절로 지정했다.
또 북한은 1963년 2월 6일 김일성이 서부지역 휴전선 일대 최전방 대덕산초소를 찾아 군인들에게 일당백 구호를 제시한 날을 기념해오고 있다. 말 그대로 군인 한 사람이 적 100명을 대적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군 총정치국은 ‘전군을 펄펄 나는 싸움꾼으로, 일당백 용사들로 준비시키는 과정에서 화면노래반주기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길동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렇듯 올해 정주년을 맞는 건군절과 일당백 구호 제시일을 기념해 전군 중대 교양실들에 있는 화면노래반주기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은 새로운 것에 민감한 MZ세대 청년 군인층들을 겨냥한 사상전에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각 군 정치부는 화면노래반주기 교체 사업에 대해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인민군대의 기본 전투단위인 중대를 전투적 기백과 흥이 넘치는 정치 사상적 집단으로 만들며, 영원한 전승의 노래가 전군에 울려 퍼지도록 하기 위해 취해진 당의 특별 배려”라고 교양 중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번 사업은 지난해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2023년을 공화국 무력의 정치 사상적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해’로 만들 데 대해 제시된 군(軍) 정치사업 방향에 따른 것”이라며 “청년 군인들의 문화생활의 질을 한층 높여 중대 생활에 안착시켜 부대 싸움준비 완성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실제 청년 군인들은 화면노래반주기 교체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기계에는 최신곡이 업데이트돼 노래 가짓수도 늘었고 같은 노래라도 다양한 반주방식을 설정해 노래할 수 있어 청년 군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총정치국은 군 정치부를 통해 장병들이 단순히 새로운 반주기를 좋아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전쟁 동원 준비를 실속있게 하면서 중요한 국가적 기념일이 밀집된 올해에 새로 교체되는 반주기로 군중문화 오락을 다양하게 조직해 일당백의 기백이 넘치는 전투대오로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북한에는 ▲2월 8일 건군 75주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북한은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일이라 주장) 70주년 ▲9월 9일 정권 수립 75주년 등 주요 정주년 정치 기념일이 포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