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드라마 및 노래를 향유하고 유포한 주민들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동영상을 제작,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한류(韓流) 처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수도에서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강도 높이 벌려나가자’라는 제목의 주민 선전용 영상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영상 속에는 외부 미디어의 시청 또는 유포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군중이 모인 가운데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는 듯한 모습도 나왔다.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이 같은 행태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영상 속 공개 비판을 받는 인물들의 나이, 성별 등이 다양한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 내 외부 정보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확산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통일미디어와 데일리NK가 북한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지난 10월 발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의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불시착’ ‘펜트하우스’ ‘오징어게임’과 같은 한국 콘텐츠들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상에는 올해 2003년생인 한 여성의 사진과 함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장 등 자세한 인적 사항과 그의 범죄 사실을 맹비난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외부 미디어를 이용하고 유포하는 핵심 연령층인 청년들을 겨냥해 공포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영상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 초까지 여러 명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 영화 50여 개, 한국 노래 30여 곡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그는 여러 곡의 가사를 수첩에 적어 놓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녔으며 외부 영상물을 직장 동료에게 유포한 혐의로 체포됐다.
영상은 “(여성이) 지난해 집에서 불순한 녹화물을 보다가 아버지에게 된욕을 먹고 매까지 맞았으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서 “(이후에도) 계속 괴뢰(한국) 녹화물을 (시청하고) 유포시키다가 법적 제재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영상에는 이 여성의 구체적인 처벌 수위는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2020년 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외부 영상물과 미디어를 시청, 유포한 사람들을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외부 미디어가 체제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북한 당국의 단속 수준과 처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 북한 당국의 이런 인식이 영상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은 “폐륜, 패독과 변태적인 욕구를 주로 하는 괴뢰 문화와 서양 문화, 양풍(미국식)은 사람들 속의 적대국에 대한 환상을 고취하고 이는 혁명 의식,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는 매우 위험한 독소이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이어 “남조선 괴뢰들과 적대 세력들이 우리에 대한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에 집요하고 악랄하게 매달리고 있다”며 “이것은 반동 문화를 우리 내부에 침투시켜 사람들의 정신 문화적으로 타락시키고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려는 음흉한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상은 “사상 정신적으로 흐릿하고 도덕적으로 부패한 일부 시민들과 학생들은 남조선 괴뢰들과 적대 세력들이 저들의 반동적이고 퇴폐적인 사상문화를 유포시키기 위해 우리 내부에 들여보낸 불순 녹음 녹화물을 유포시키는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영상 제목에 (3)이라고 표시된 것으로 보아 선전용 영상이 최소 3편으로 보이며 더 많은 영상을 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평양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동영상을 통해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영상은 “지금 전 사회적으로 우리의 내적 동력을 약화하고 전기를 가로막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을 단호히 짓뭉개 버리기 위한 강도 높은 일대 소탕전이 강도 높게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강도 높은 한류 및 외부 정보 소탕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