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과 핵무력 완성 기념을 명목으로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쌀과 강냉이 등 곡물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 양이 많지 않아 시장 곡물 판매에는 뚜렷하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달 중순 전국 인민위원회에 올 연말까지 전국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쌀과 옥수수(강냉이) 등 곡물을 주민들에게 판매하라고 지시했다.
지역별로 곡물 제공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오는 31일 전까지 식량 판매를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현재 대부분 지역의 식량판매소가 곡물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당국의 이번 식량 제공은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과 함께 핵무력 완성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고위 소식통의 설명이다.
때문에 각 인민반과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의 조직을 통해 ‘원수님(김 위원장) 주민 강연 자료’가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에는 ‘원수님의 혁명령도 10년 동안 조국 청사에 길이 빛날 성과들이 가득한데 그중에서도 원수님께서는 핵무력 완성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전쟁없는 나라를 만들어줬고 방어만이 아니라 공격 수단을 갖춘 나라가 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원수님께서는 고난의 행군을 결심하셨지만 인민들에게 이밥(쌀밥)을 먹게 해주겠다는 인민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이렇게 쌀을 내려주셨다’며 인민애를 부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다만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제공된 식량은 무상으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격보다 15~25% 가량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취재 결과 현재 국가식량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쌀과 옥수수의 가격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지역 국가식량판매소는 현재 쌀 1kg을 4200~4800원에, 옥수수는 2200~2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식량판매소는 주민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식량 재고량이 충분치 않아 최대 구매 가능량을 한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쌀의 경우 한 세대당 2kg까지만 구매할 수 있고 옥수수는 최대 5kg까지 구입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시장가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현금 여유가 있는 세대들은 식량판매소에서 구매 가능한 최대치를 사려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최고지도자의 인민애를 강조하며 싼값에 식량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나온다.
평안남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모든 주민이 식량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과 의사 등을 우선 판매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후에 노동자를 비롯한 일반 주민이 곡물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등 직업과 소속별로 구매 가능 날짜를 차등적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식량판매소에서는 우선 구매 대상자들이 준비된 재고량을 모두 소진할 경우 1월에 다시 일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식량을 판매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주민은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더욱이 식량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쌀과 옥수수에는 돌이나 이물질이 많이 섞여 있고 눅눅한 상태여서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비교하면 질이 형편없이 낮다고 한다.
평양 소식통은 “식량판매소에서 판매되는 쌀이나 강냉이(옥수수)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판매할 수 있는 량이 많지 않아서 국가가 쌀 팔아주는 것 때문에 시장 (곡물) 값이 완전히 눅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식량 판매로 시장 곡물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것이 곡물 가격 안정화에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물가 조사에 따르면 25일 기준 평양에서 쌀 1kg은 5700원에 거래돼 약 2주 전인 12일보다 오히려 100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옥수수의 경우 지난 12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1kg에 3000원에 판매됐지만 25일에는 2630원에 거래돼 12%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양강도 혜산의 경우 25일 쌀과 옥수수 가격이 2주 전보다 오히려 다소 오르는 양상도 나타나 국가식량판매소의 곡물 판매가 시장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지속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