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원·위안화 환율 상승률이 2020년 1월 국경봉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양강도와 함경북도 등에 무역 재개와 관련한 지시가 하달되면서 달러보다 위안화 환율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북한 시장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평양과 혜산의 북한 원·위안화 환율은 112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7일 평양과 혜산의 위안화 환율이 800원 중반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보름여 만에 30% 이상 급등한 것이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차단을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위안화 환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처음이다.
위안화 환율의 가파른 상승은 지역의 무역 준비 동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북중 국경지역에 위치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세관에 새로운 검역 장비를 설치하는 현대화 작업에 착수했다. 또 약 3년간 문을 닫았던 양강도 혜산세관에도 지난달 말 방역장 건설에 대한 당국의 지시가 하달되면서 현재 건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내년 초 함경북도나 양강도에서도 무역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위안화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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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1200원대를 유지하던 북한 원·위안화 환율은 국경봉쇄로 북중 국경 지역의 무역 거래나 밀수가 차단되자 하락하기 시작해 2021년 6월에는 500원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국경이 봉쇄되기 전에는 북중 국경에 인접한 지역에서 무역은 물론이고 시장에서도 위안화가 북한 원화와 함께 통용되는 등 지방의 위안화 사용률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밀수가 통제되면서 지역의 위안화 수요가 대폭 감소했고 시장에서도 위안화로 결제하는 일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당국이 개별 무역을 통제하고 남포·송림항을 통한 국가 중심의 선박 무역에 집중하면서 북중 간 결제 통화에서 위안화보다 달러가 빈번하게 사용됐다. 이 때문에 국경봉쇄 기간 달러보다 위안화 환율의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2020년 1월 말 조사된 환율과 비교할 때 국경봉쇄 기간 달러의 최대 하락률은 50%인 반면, 위안화 하락률은 66%에 달했다.
한편, 북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혜산에서 83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27일 8200원으로 조사됐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오른 셈이다. 북한의 달러 환율은 국경봉쇄 직전 값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이후 꾸준히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북중 간 국가 무역 규모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중 무역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0일 공표된 IBK 경제연구소의 ‘월간 북중 무역통계 동향(22년 10월)’에 따르면 10월 북중 교역량은 코로나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9월보다도 47.6% 증가했으며 코로나19 발생 이전(2019년 12월)과 비교할 때 55.1% 수준까지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