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독자 제재 비웃는 北 간부들… “아무런 영향도 못 줘”

독자 제재 실효성 떨어진다 비난…중국, 러시아가 대북 제재 동참하는 경우는 우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김 위원장이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국과 미국, 일본이 이달 초 대북 독자 제재를 조치를 동시에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는 ‘실효성도 없는 보여주기식 제재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조롱 섞인 비난을 내놓고 있다.

해외 소식을 접하는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13일 한·미·일이 같은 날 동시에 대북 독자 제재를 발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데일리NK의 질문에 “우리는 70년을 제재 속에서 자력갱생으로 살았다”며 “미국이나 남조선(남한), 일본이 하는 제재는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 노동당 간부 3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한 것에 대해 “제재를 하겠으면 하는데, 아무 역할도 못 하고 있는 사람들을 제재해서 뭐하냐”며 비난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2일 전일호 국방과학원 당위원회 위원장, 유진 전 당 군수공업부장, 김수길 전 군 총정치국장 등 3명을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이 올 4월 발표한 제재 대상에도 포함돼 있으며, 전일호와 유진은 이미 2016년 한국이 대북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한 인물들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전일호는 최근 혈관 질환으로 스탠드 삽입술을 받았고 당뇨 등 지병도 있어 공식 석상에 나오지 못한지가 몇 달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워 직책에서 해임된 것은 아니나 현재 건강 문제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고, 70세가 넘은 고령이기 때문에 다시 일선에 나서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견해다.

반면 유진은 군수공업부장 직책에서는 물러났어도 여전히 군수공업과 관련한 실무에 관여하는 핵심 간부로 꼽힌다고 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자금이나 물자 조달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위치가 아니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과거 군 총정치국장을 맡았고 지금은 강원도당 책임비서로 있는 김수길도 마찬가지다. 물론 도당 책임비서는 최고지도자의 특별한 신임을 얻은 사람만 맡을 수 있는 핵심 요직으로, 후에 내각이나 당의 최고위급 간부로 승진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자리이지만 군(軍)에서 사민(私民)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군수 관련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에서는 한국이 대북 추가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할지라도 핵·미사일 개발 활동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소식에 능통한 또 다른 소식통은 “남조선과 연결된 기업이나 계좌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남조선이 하는 제재는 영향력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군수공업 관련 인물들이 주로 활동하는 해외 지역에 한국 정부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독자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금융거래 및 불법 물자 운송에 기여한 개인 8명과 금융활동 지원, 노동자 송출, 제재 물자 운송에 관여한 기관 7곳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제재 대상에 지정된 개인은 리명훈, 리정원(이상 무역은행), 최성남, 고일환(이상 대성은행), 백종삼(금강그룹은행), 김철(통일발전은행), Kwek Kee Seng(싱가포르), Chen Shih Huan(대만) 등이며 기관은 조선은금회사, 남강무역, 조선은파선박회사, 포천선박회사, 뉴이스턴 시핑(New Eastern Shipping Co. Ltd), 안파사르 트레이딩(Anfasar Trading (S) Pte. Ltd), 스완시스 포트 서비스(Swanseas Port Services Pte. Ltd) 등이다.

아울러 일본도 인민무력부 산하 무기 거래 단체인 해금강무역회사,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담당 업체 조선남강무역회사,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해킹단체 라자루스, 군수공업부 베트남 대표 김수일 등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

한·미·일 3국은 같은 날 시차를 두고 각각 추가 독자 제재를 발표했으며, 그 대상도 서로 중첩되게 지정했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 논의가 이뤄지지 않자 3각 공조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해외에서 군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위조된 여권을 여러 개 가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른 이름을 쓴다”며 “물론 미국이나 남조선, 일본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우리도 제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여러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간부들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경우 직접적인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