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북한의 코로나 사태 심각성, 다시 재고해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기온이 내려가면서 세계적인 전염병 전파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방역 의식, 위기의식 제고에 더욱 주력하자”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소독 작업 중인 문수식료공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수천만이 가리키는 의미

오늘자(12.9) 노동신문 1면기사에 매우 흥미있는 내용이 나왔다. 기사 제목이 “탁월한 수령의 령도 밑에 민족사적 사변들을 아로새긴 위대한 승리의 해 2022년: 극난 속에서 백배해진 우리의 일심단결’로 올 한해, 김정은(수령)에 대한 불타는 충심으로 인민들이 일심단결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집단주의적 미덕과 미풍이 가장 잘 발현되었다고 하면서 그렇게 된 주된 요인을 김정은의 ‘위민헌신’임을 강조하는 기사였다. 필자가 주목하게 된 지점은 집단주의적 미풍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중에 보건위기 타개 및 방역 대승을 가져온 비결을 제시했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우리 국가가 건국이래 많은 곡경을 치르어왔지만 올해처럼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의 류입으로 수천만의 생명이 직접적인 위협을 당하고 정상적인 사업과 생활의 률동이 파괴되는 상황에 직면한 적은 일찌기 없었다.”

‘수천만의 생명’이라고 표기를 했다. 그런데, 기존의 사설, 기사들에서는 전체인민들을 가리킬 때 ‘천만인민’으로 표기하고 있다. 어제 기사(12.8.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고귀한 가르치심 : 혁명은 절대불변의 신념으로 지켜지고 전진한다)에서도 “부닥치는 시련과 난관을 과감히 헤치며 줄기차게 달려온 주체 111(2022)년의 마지막 달에 들어선 이 시각 우리 천만 인민 누구나 더더욱 가슴깊이 새겨안는 고귀한 가르치심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자 같은 기사 내용 중에도 ‘천만 인민’으로 표기된 문장이 있다. “주체조선의 강대성의 상징이시며 우리 인민의 삶과 행복의 전부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두리에 천만이 굳게 뭉친 일심단결이 있기에 우리의 앞길에는 오직 승리와 영광만이 있을것이다.” 이처럼, ‘천만명’으로 북한의 인구표기는 ‘천만’으로 상통(공유)한다. 그런데, 필자가 제기한 문장은 자랑스러운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천만’이라고 표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자를 여러 장소에 격리시킨 북한 당국

제기한 문장을 분석해보면, 코로나 19가 북한 내 유입됨으로 수많은 북한 사람들이 그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내용으로 그 수치를 어떻게 제시하느냐는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실, ‘수십만’이라고 해도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건데 ‘수천만’으로 표기했으니 얼마나 국가적 대 위기였는가를 짐작하고도 남게 해준다. 그냥, 북한 인민의 전체의 수를 가리키는 용어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평상시에는 ‘천만 인민’을 북한인구 대표성 수치로 표기하다가 왜 유독 여기서만 ‘수천만’이라고 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진 가운데 다음에 나오는 문장들을 보면서 당시 코로나 19의 심각성이 대단했다는 것을 짐작게 해준다.

악성 전염병에 시달리는 인민들에게 약품과 식료품을 보내주기 위해 철야전을 벌린 공장종업원들과 일군들, 가산을 아낌없이 덜어내여 마련한 물자들을 합숙과 대학기숙사, 육아원, 애 육원에 보내준 사람들, 방조가 필요한 세대, 곤난한 이웃들에게 사심없이 식량과 부식물, 필 수품을 보내준 주민들의 아름다운 소행을 비롯하여 뜨겁게 오고간 덕과 정은 그대로 불사약이였다.”

“악성전염병에 시달리는”은 코로나 19 확진자를 분명히 가르키고 있다. 그 다음 내용은 코로나19 감염자들을 위해 인민들이 어떻게 관심을 갖고 수고했는가를 적시하고 있는데, 그들이 준비한 물자들을 ‘합숙’, ‘대학기숙사’, ‘육아원’, ‘애육원’에 보냈다고 하는데, 여기서 구체적으로 제시된 장소들이 코로나19 감염자들이 격리되고 있었던 장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기는 하다. 필자의 판단대로, 지역별로 저렇게 많은 종류 장소에 감염자들이 격리되어 있었다면 지난번 북한의 발표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격리된 인원’, 감염자로 보는 것이 타당

지난 8월 10일, 김정은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방역대전의 승리’를 선포했다. 그때 분명히 북한에 전염병이 유입된 지 ‘100여 일’만에, 그리고 최대비상방역체계를 발동(5.12)시킨 지 91일 만에 방역대전 승리를 선포한다고 하면서 정상방역체계로 방역등급을 낮춘다고 선언했었다. 또한 김정은은 전염병의 초기 전파시기에는 하루에 수십만 명의 유열자가 발생했다고 하면서 최대비상방역체계가 가동되고 한 달 후에는 전체 9만여 명 이하로 감소되다가 7월 29일 시점으로 감염자로 의심되는 유열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북한이 발표한대로 초기 유입시기에 하루에 발생한 수십만 명의 유열자가 단지, 발열환자인지 아니면 감염자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오늘 기사에서 나온 “수천만의 생명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당하고”는 당시 유열자가 감염자들이라는 해석에 설득력을 더 해준다. 왜냐하면, 열이 난다고 해서 “생명의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표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그 다음에 나왔던 여러 종류의 장소에 격리시킨 것처럼 나오는데, 단지 열이 있다고 해서 격리까지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 당국은 이 유열자들을 감염자가 아니라 발열자로 보고했고 감염자 중 사망자는 74명 밖에 안된다고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라고 자화자찬했다.

남한 내 관련 전문가들도 유열자를 감염자로 보기보다는 발열자로 평가했었다. 어떤 전문가는 ‘수인성 전염병 감염자’일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한편, 한 저명한 의학전문가가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자수가 최소 5만 명이라고 전망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북한 전문가로 인해 북한의 공식발표에 대한 수용 쪽으로 가닥이 잡혔었다. 그런데, 북한이 또 하나 발표한 내용이 5월 12일까지 격리된 인원을 18만 7800명이고 발표했던 것이다. 더불어, 4월 말부터 5월 14일까지 발생한 총 유열자 수가 82만 620명이며 이중 코로나19 감염자가 168명이었다고 했다. 또 5월 18일까지 197만 명의 유열자가 발생했다고 하면서 63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후, 3개월 어간은 11명만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의 관건은 격리된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감염자였는지, 아니면 발열자들이 훨씬 많이 포함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은 197만 명의 유열자가 발생했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격리된 사람들은 거의 감염된 사람들을 가리킬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 5월 12일까지 격리된 18만 7800명은 감염자로 보는 평가가 맞다고 본다. 만일, 이들을 단지 발열자로 보면 5월 14일에는 격리되는 숫자가 82만 620명이 되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5월 12일, 격리된 18만 7800명을 단지 발열자로 판단하게 되면 큰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북한 당국이 7월 30일에 발표한 코로나 19기가 유입된 4월 말부터 7월 30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유열자의 총수를 477만 2813명이라고 발표했는데, 발열자와 감염자를 분명히 분류시키지 않았다. 만일 북한당국이 열만 나는 발열자들을 격리시킨다면 이 많은 인원을 격리시킬 장소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사망자 수 ‘74수용,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처사

북한 당국이 단지, 열이 나는 것으로 격리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두에서 제기한 노동신문 기사의 내용에 정확히 나온다.

“련포온실농장건설만 놓고보아도 중평온실농장에 비해 공사량은 두배 이상에 달하고 기일은 절반밖에 안되였지만 군인건설자들은 우리 당의 숙원을 실현하기 전에는 쓰러질 권리가 없 다는 각오, 자기들이 땀을 흘린 것만큼, 고생한 것만큼 인민의 행복이 커간다는 숭고한 정신을 안고 엄습하는 고열과 세찬 모래강풍,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치렬한 백열전을 벌려 대 규모의 현대적인 온실농장을 일떠세웠다.”

“엄습하는 고열”은 발열자를 뜻하는 것으로 이들은 격리되지 않고 계속 노동현장에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격리된 이들을 감염자로 보는 것이 더 이치에 맞는다. 그러니까 5월 12일까지 격리된, 즉 감염자들이 18만 7800명이나 되니까 총비상이 걸리면서 오늘 기사 내용에 있듯이 지역별 여러 장소에서 격리시켰다는 것이 서로 일치되며 “생명의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표현도 적절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5월 12일까지 감염자가 18만이 훨씬 넘었다면, 그 이후에 감염자의 증가율이 얼마나 더 높아지겠는가. 당연히, 사망자의 수도 급증했을 것이다. 북한이 발표한 사망자 수 74명,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북한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외면하는 처사가 아닐까.

오늘 자 또 다른 노동신문 기사(‘방역의식, 위기의식제고에 더욱 주력하자’)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북한의 상황이 매우 심각한 듯 보인다.

“방역 규정과 질서를 자각적으로 철저히 지키는 것은 악성전염병 위기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공민들 누구나 생활화, 습벽화하여야 할 중요한 사업이다. 방역규정과 질서를 준수하는 데서는 례외나 특수가 있을 수 없다.”

“공민들은 자기 한 사람의 순간의 해이된 행동이 비상방역사업에 엄중한 후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위기의식, 책임의식을 부단히 높이면서 전사회적인 방역 분위기를 계속 견지해나가야 한다.”

“모두다 비상 방역사업에서 전인민적인 방역 의식과 각성을 계속 견지하여 나라의 방역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해나가자.”

위와 같은 주문들은 김정은이 이미 방역대전 승리를 선포해버렸기 때문에 여간해선, 올리기 쉽지 않을 내용들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북한 내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지 않았음을 짐작게 하며 이정도로 강력한 촉구를 하는 것을 볼 때 그 심각성이 감지되지 않은가. 노동신문은 12월 5일자에도, 3일자에도 비상방역전 강도를 높일 것을 강력 주문하며 절대 해이해지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난 번, 저명한 의학 전문가의 5만 명 이상 사망수치 판단에 제대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북한 내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재고하며 현재의 북한 상황을 집중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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