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발 뉴스 중 남한을 놀라게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그중 하나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안보불안 소식이고, 나머지 하나는 북한의 대형 건설사업 관련 소식일 것이다. 이 중 미사일 발사 소식은 남한의 안보와 국민안전에 관련된 것이니 보다 많은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이 두 가지 뉴스는 북한의 핵·경제병진정책과 밀접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사일 발사 소식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성 도발이라고 하지만 자신들의 핵 완성에 대한 인식을 알게 모르게 심어줌으로써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면 그들의 의도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대형 건설사업은 경제발전과 얼마나 관련성 있는지가 궁금하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로 들어서면서 건설사업량이 부쩍 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앞세워서 인민 눈높이에 맞춘 건설을 추진해 왔다. 그는 평양만경대유희장, 능라인민유원지, 미림승마구락부,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등과 같은 대중적 유희시설과 수많은 살림집 건설에 앞장섰다. 최근에는 대동강변 고급주거단지와 화성지구, 송신·송화지구 등 평양주변에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초대형 사업으로 추진했던 평양종합병원, 삼지연지구, 원산 갈마관광지구와 같은 건설사업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로 기록될 것이다. 게다가 지난 9월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동서해 연결 대운하 건설계획을 언급했다. 또한 지난 20일 노동신문을 통해 다시 한 번 김일성의 유훈사업을 거론하며 대운하 건설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업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지속되는 경제재제로 인한 인민들의 고통을 의식한 측면과 대내적이라도 핵개발에 올인하는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측면 모두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기위해 내치용 사업으로 건설사업을 택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일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현 체제에서 건설경제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이 건설사업을 통해 경제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국내 건설산업과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군인이나 주민들을 동원하는 식의 인력수급 방식으로는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많은 건설사업을 펼친다 해도 민생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만다. 특히 건설사업은 인력 의존도와 노동 강도가 어떤 산업보다도 높기 때문에 그야말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결과가 빚어진다면 오히려 인민들의 저항감만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즉, 건설현장에서 많은 자금이 집행되고 이 돈이 지역경제에 스며들어 인민들의 살림살이가 풍족해지는 구조가 건설경제의 기본인 것이다. 또한 건설에 필요한 많은 자재들을 제조·가공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이를 공급하는 시장이 움직일 때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이로써 건설사업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건설경제가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건설의 꽃은 기술과 이를 제공하는 노동력이 상호작용을 일으켜서 산업 고도화를 이루고, 이것은 부가가치 창출과 함께 자본이 축적되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시스템을 국가가 관장하고 인민들은 단지 현장에 노동력만 제공한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렵고 경제발전과의 관련성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 김정일 시대를 되돌아가 짚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후반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의 급속한 경제발전에 상당히 자극을 받았다. 당시 북한은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에서 성공적인 경제발전 성과를 반영한 80년대 말 ‘10대 전망목표’를 발표했지만, 막상 80년대 후반의 성적은 낙제에 가까웠다. 모든 산업의 원동력인 전력, 석탄, 강철, 시멘트 등의 생산량을 목표의 1/3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의 1988년 서울올림픽에 자극받아 100층이 넘는 류경호텔을 건설하고, 능라도 경기장, 주체사상탑, 평양개선문 등 대형 건설사업과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재정은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연이어 가뭄과 홍수가 겹치면서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맞이하게 되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의 한계를 느끼고 수차례에 걸친 경제개혁을 시도했고, 적극적인 남한과의 경제협력방안을 받아들이고 실천하였다. 그리고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이보다 더 과감한 개혁개방정책을 이어가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6차 핵실험까지 실시하고 본격적인 대북 경제제재를 받게 되면서 그런 경제개혁을 통한 개방정책이 쓸모없게 된 것이다.
이제 7차 핵실험을 만지작거리는 김정은 위원장은 더 이상 핵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독한 경제제재는 북한의 경제발전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건설사업을 통해 경제적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시장원리에 따라 투입된 자본이 회수될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가져야 하지만, 외부와의 교역이나 협력을 통해 자본이 유입되는 구조가 어렵다면 건설사업은 자원의 낭비에 불과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 경제제재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관광산업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마식령스키장, 삼지연 관광단지, 양덕온천 관광지구, 원산갈마 해양관광지구와 같은 대규모 관광시설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를 통해 쉽게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한 오랜 기간 동안의 국경봉쇄와 지속적인 핵개발은 이러한 기대마저 힘들게 하고 있다.
또다시 대형 국책사업으로 꺼낸 동서해 연결 대운하 건설계획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사업일 것이다. 운하를 통해 중국은 동해로의 해상루트가 확보되고 러시아는 중국 항만도시와의 연결이 쉬워짐에 따라 북한이 경제적 이득을 계산할 수 있지만, 그 험난한 건설과정에 숨어있는 많은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반도의 지형특성상 동서 산악지역을 관통하여 건설하는 운하계획은 그 어떤 건설사업보다 난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끝없이 투입되어야 할 자본과 자원 때문에 결국 국가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아무쪼록 모든 건설사업이 국가 경제발전과 맞물린 구조로 진행되어 또다시 과거와 같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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