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독일 지멘스(Siemens)사의 NX 소프트웨어를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보(2022년 68권 3호)에는 ‘콤퓨터지원설계쏘프트웨어 NX에서 철판압형형타의 소재를 생성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 ‘NX를 리용한 3차원모형설계에서 분할되는 모형의 표면색정보를 유지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NX는 제품을 디자인, 관리, 시뮬레이션,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다. 북한 역시 해당 소프트웨어를 산업에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논문에는 NX를 활용해 작업량을 줄이고 소재 개발 속도를 4~15배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국제사회는 재래식 무기, 대량파괴무기와 이의 운반수단인 미사일의 제조, 개발, 사용 또는 보관에 이용가능한 소프트웨어, 기술, 물품 등을 ‘전략물자’로 규정하고 북한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정식으로 사용권을 구매하지 않고 NX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NX의 사용권을 정식으로 구매하려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이 들어간다.
이밖에 동 학보에는 ‘MongoDB학습리력자료기지 질문실행성능개선방법’, ‘Kinect수감기를 리용한 이동물체의 속도추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리는 등 NX 외 다양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활용한 연구 내용들이 소개됐다.
MongoDB는 미국의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이며 Kinect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동작인식 기기다.
실제 북한은 해외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각 분야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각종 국영 매체들은 일본의 니콘(Nikon), 소니(SONY) 카메라를 쓰고 편집프로그램으로는 Adobe의 포토샵을 사용하고 있다. 또 일부 촬영용 드론은 중국의 DJI 제품이며 여기에 스웨덴 핫셀블라드(Hasselblad) 카메라를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수입, 예속의 길이라더니…조중통 보도용 카메라 대다수 일본산)
인텔사 특정 CPU로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이나 인공지능(AI)을 개발에 NVIDIA의 그래픽 카드를 이용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심지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애플 컴퓨터와 태블릿PC를 이용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렇듯 북한은 해외의 각종 전자제품과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쓰면서 산업이나 연구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오픈소스로 공개된 자료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PuTTY, KiTTY 등 리눅스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비롯해 지리정보시스템(GIS) 서버를 활용해 대규모 3차원 지리정보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오픈소스 기술에 악성코드를 삽입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MS는 지난달 북한 해킹그룹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광범위한 사회공학 기법의 공격을 벌였다고 밝혔다. MS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오픈소스인 TightVNC, Sumatra PDF Reader 등에 악성 코드를 넣어 미국, 영국 등의 기간 시설을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