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자강도 희천 하갑 지하시설 수상하다

핵물질 생산 의심 지하시설에서 최근까지 온배수 지속배출 위성사진 확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회담 당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5대 북핵시설 폐기를 요구하였고, 북한은 영변 시설 외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회담이 결렬되었다. 당시 이 5대 북핵시설의 하나인 것으로 알려진 하갑 지하시설에 대해서 구글어스 영상을 통해 최근부터 2000년 10월까지 변화사항을 되짚어 보고, 시설의 성격과 정체에 대해 살펴보았다.

일대의 전경과 지리

하갑 지하시설은 그림 1에서 평안북도 향산군과 접경한 곳에 위치하며, 자강도 희천시 남면 소요항동에 있다. 자강도 희천시는 북한의 군수분야 공장 및 산업기지가 밀집돼있는 곳으로 알려지며, 희천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청천강 건너편에는 묘향산(1,909m)이 있고, 산자락에는 향산읍 그리고, 오른쪽 계곡 깊숙한 곳에는 향산호텔과, 국제친선전람관, 보현사 등이 있다.

그림 1. 자강도 희천시 하갑 지하시설은 평안북도 향산군과 인접해 있으며, 청천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향산읍, 향산호텔과 국제친선전람관 등이 있다. 김정은 전용의 묘향산비행장(2014년경 건설)은 2년여 전에 철거된 것으로 확인된다. /사진=구글어스 영상

하갑 지하시설

Mr. Jacob Bogle이 운영하는 인터넷 대북 전문 매체인 AccessDPRK 분석기사(2019.09.01.)에 의하면, 하갑 지하시설은 1991년에 건설되었고 미국 정보당국에서는 5년이 지난 1996년이 되어서야 이 지하시설을 인지하고, 우라늄농축 및 핵무기 생산·저장시설로 평가하였다고 한다.

하갑 지하시설은 깊은 산속 땅 밑에 조성돼 있어서 지상에서는 지하 입구 및 연결도로와 건물 몇 동만이 식별될 뿐이고,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산간지대로 보일 뿐이다. 이 지하시설이 중요 핵관련 물질 생산 및 비밀 저장시설이라는 것을 밝히는 데에는, 이곳 지하시설과 지리에 대해 잘 아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NK지식인연대 대표이자 탈북민 출신 김흥광 유튜브의 설명이다. 위성사진으로 지표면의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알 길이 없어 보인다.

그림 2. 하갑 지하시설은 산 능선을 따라 약 300ha에 이르는 지하에 구축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표면 상 이렇다 할 특이 시설 없는 평범한 산간지대의 모습을 보인다. /사진=구글어스 영상

하갑 지하시설 전체의 모습은 그림 2와 같다. 노란색 경계선은 AccessDPRK가 분석한 것으로 하갑 시설의 범위를 추정하여 나타낸 것이다. 면적은 약 300ha(장축×단축=2.27km×1.95km) 정도 되는데, 산 능선과 외곽경계선을 따라 임의로 그린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오른쪽으로 청천강이 흐르고 강을 끼고 56호 국도가 지나며, 도로변에 하갑 지하시설 진출입로가 있다.

지하시설 입구

하갑 지하시설 입구(2곳)를 확대하면 그림 3과 같다. 가운데에 저수지가 있는데, 지하시설에서 사용하는 용수를 공급하고, 또한 폐수를 배출하는 취배수지로 추정이 된다.

그림 3. 하갑 지하시설에서는 기계설비를 돌리면서 입구(2곳) 앞의 저수지에서 용수를 취수하여 고열 발생 설비를 냉각시키고, 온배수를 다시 저수지로 배출하는 작업과정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구글어스 영상

지하시설 입구 앞 저수지를 확대해서 그림 4에 나타내었다. 여기서 특기할 점은 지하시설에서 온배수를 배출하는 것이 겨울 영상에서 포착된다는 것이다.

그림 4. 저수지에 온배수를 배출하는 것이 겨울철 영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겨울 저수지 얼음과 눈이 지하시설에서 배출된 온배수로 취배수구 앞에서 넓게 녹아있다. /사진=구글어스 영상

구글어스 영상에서 확인한 바로는 겨울철에 저수지에 온배수를 배출하는 것이 8회(2007년 1월 8일 및 12월 16일, 2012년 3월 20일, 2014년 1월 9일, 2018년 12월 13일 및 24일, 2019년 12월 7일, 2021년 12월) 식별되었다. 겨울 영상에서는 지하시설에서 배출된 온배수로 저수지 얼음과 눈이 녹은 것이 그림 4에서 확연히 보이는데, 오른쪽 영상에서 특히 온수 배출 지점이 2곳임을 알 수 있다.

하갑 지하시설의 정체

그림 4 등 겨울에 촬영된 영상(구글어스 영상 총 8회 식별)을 보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지하시설에서 무언가 열을 발생하는 기계설비가 돌고 있고, 저수지 물을 취수하여 이를 냉각시킨 온배수가 다시 저수지로 배출되는 처리 과정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영변 핵단지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5MW 원자로를 가동하고, 그 냉각수를 구룡강에 다시 배출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 영변 시설을 빼다 박은 듯이 플루토늄 핵물질을 추출하는 처리 과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땅밑 지하에 그러한 원자로 시설이 설치되고 또한 계속 가동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거대한 지하시설에서 무언가 높은 열을 발생하는 기계설비가 은밀히 돌고 있고, 그 냉각수로 사용된 온배수가 지상 저수지로 배출되고 있다는 것은 그림 4 등의 겨울 영상을 통해 확실해 보인다.

한편, AccessDPRK 분석기사(2019.09.01.)에서는 이곳이 극비 보안 지하시설이라는 성격에 비해 방호, 경비 및 보안시설이 취약해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그래서 핵관련 비밀 지하시설이 맞을까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NK지식인연대 대표 김흥광 유튜브에 의하면, 하갑 지하시설은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처리 시설이 맞는 것 같고, 이는 이곳에서 일했던 기술자 및 노동자 출신 탈북민들이 자세한 지하시설 비밀정보를 미국 국방부 등에 제공해서 밝혀진 것이라고 한다.

맺음말

이상을 정리하면, 하갑 지하시설은 주변 경비 및 방호체계는 허술해 보이지만, 지하시설 입구 앞의 저수지에 온배수를 지속 배출해 왔다는 점에서 평범한 시골 산간지대를 가장한 연막 은폐시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비밀리에 기계 작업을 지하시설에서 숨어서 한다는 것인데, 떳떳지 못한 일을 하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보통 북한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대공 방호진지가 여기서는 주변에서 식별되지 않는다는 점은 또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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