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양강도에서 감자 껍질을 모으러 다니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이달 들어 혜산시에서 감자 껍질을 모으러 다니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부족한 겨울 식량에 보태기 위해 감자 껍질을 모으러 다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감자 주산지인 양강도에서는 주민들이 쌀 대신 감자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올해 감자 수확량이 저조해 감자를 공급받지 못한 세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민들이 혹독한 생활난을 겪는 상황에서 감자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도시 외곽에서는 적지 않은 주민들이 겨울나기 식량 준비를 미처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실정에 주민들은 먹거리라면 있는 대로 다 거둬들이는데 그중 하나가 감자 껍질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감자는 얼어도, 썩어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껍질 같은 경우도 씻어서 말린 후 가루로 내면 겨울에 국수나 묵 같은 음식을 만들어 끼니를 때울 수 있다”며 “사람들이 감자 껍질까지 먹겠다고 모으고 나선 것은 고난의 행군 이후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강도에서 감자 껍질은 보통 개, 돼지 등 집짐승들의 사료로 사용됐다. 그런데 올해는 식량 대용으로 감자 껍질이라도 모아두려는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는 북한의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혜산시에서는 외곽 지역인 혜탄동, 마산동, 연봉동 주민들의 감자 껍질 모으기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초가을부터 친인척과 지인들의 집을 돌며 ‘감자 껍질을 버리지 말고 모았다가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마산동의 한 주민은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요즘처럼 가난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의 실정으로는 집 식구들을 당장 굶겨 죽일 것 같은데 겨울까지 닥쳤으니 매일 밤잠도 이루지 못한다. 어떤 것이든 배 안에 들어가면 최소 굶어 죽지는 않으니 감자 껍질, 무시래기 등 먹을 수 있는 건 시내 아는 집들에 다니며 닥치는 대로 모으고 있다”고 어려운 형편을 토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혜산시 외곽의 주민들은 대체로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온 길거리 장사꾼들”이라면서 “그런데 코로나 사태 후 길거리 장사 단속이 강화되면서 생계의 위협을 받다 못해 이제는 감자 껍질을 모아야 하고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