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명목으로 한 국경봉쇄로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장기간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노동자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지린(吉林)성과 랴오닝(療寧)성 등에 장기간 체류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중 심각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전자부품 제작 공장이나 의류 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30~40대 젊은 여성들로, 식욕 부진과 수면 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심각한 무기력증으로 노동은 물론 생활총화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간부가 이들을 데리고 직접 통원 치료를 다니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노동자들이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해 관리 간부들이 노동자들의 우울감 호소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북한 여성 노동자들을 진료한 중국 병원의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으로 진단하고 항우울증약을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울증 진단을 받거나 약을 복용한 사실이 알려지면 정신질환자로 낙인찍혀 사회생활에 불이익이나 제약을 받는 북한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거부하는 노동자도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최근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철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일감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기업들에 납품되는 부품을 조립하는 한 공장의 노동자들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 달 수입이 2200~2500위안 정도였지만 지난달에는 1000위안대 초반까지 수입이 급감했다. 그러나 당국에 납부해야 할 충성자금과 여맹비는 줄지 않아 노동자들이 큰 부담감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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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동자들 중에는 어린 자녀들을 북한에 두고 나온 이들이 많은데, 최소 2년 이상 자녀를 만나지도 못하고 제대로 전화 통화도 하지 못해 상당히 힘들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돈을 벌어 가계에 도움이 되려고 해외 파견 노동을 나왔지만, 코로나 여파로 수입이 감소한데다 도시 봉쇄로 바깥 외출이 통제돼 기숙사와 작업장만 오가는 감옥 같은 생활을 3년 가까이 하게 되면서 정신적인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중국에 나와 고생만 하면서 돈도 모으지 못하고 좁은 공장과 기숙사에서 갇힌 생활을 한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며 “최근에 노무자(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간부들이 노무자들을 상당히 신경 쓰며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