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애국심 고취를 위해 국기(인공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가운데, 옷이 해어진 경우에는 함부로 버리지 말고 수매기관에 넘길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기 티셔츠를 함부로 다루다 적발되면 정치적인 문제로 다뤄진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국가가 다량 생산 제작한 국기 관련 피복이 70여 가지 종류”라면서 “이것들은 전부 해지거나 입지 못하게 되면 ‘파고포’(못 쓰는 천)로 지역에 위치한 수매소에 수매해야 한다는 포치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국가의 허가를 받고 폐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폐기해야 할 때는 일반 쓰레기로 취급해 임의로 처리하지 말고 동마다 위치한 수매소 등 지정된 곳에 갖다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해어진 인공기 티셔츠를 수매하지 않고 걸레로 사용하다 적발돼 문제시된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남포시에서 공화국 창건일을 앞두고 9월 7일부터 8일까지 새벽에 동상 청소 나오라고 해서 중학생, 대학생, 공장 기업소 청년동맹원들이 동상 청소 정성사업을 했는데, 이 시기에 중학생, 대학생들이 해져서 못쓰게 된 공화국기 새겨진 옷을 걸레감으로 가지고 나와 청소한 일이 시당에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는 곧 심각한 문제로 상정돼 남포시 당위원회는 지난 12일 문제의 대상들을 불러내 비판서를 쓰게 했고, 관련 사실을 학부모들이 소속된 공장 기업소의 당위원회들에도 통보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국기가 새겨진 성스러운 천으로 만든 옷은 해지면 파고포로 수매해야 하는데 물걸레질에 써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국기에 대한 태도와 관점 문제이자 새세대들의 국가관의 문제로 받아들여져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은 인공기 티셔츠 제작과 선전을 통해 주민 애국심 고취에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인공기 티셔츠를 함부로 대한 일은 심각한 정치적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시된 학생들은 법적으로 처벌받지는 않고 경고 수준의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이번 일로 학생들이 재판받거나 처벌을 당하지는 않았다”면서 “집안에서 가정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교양시키는 방향으로 처리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당에서는 처음 나타난 문제지만 재판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기에 (잘못을) 깨우쳐주고 비판서를 쓰도록 했다”며 “부모가 속한 공장 기업소 당위원회와 학생들이 속한 학교, 청년동맹 조직에도 경종을 울리면서 국기가 새겨진 옷이 해지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구성원들에게 설명해주라고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비판을 받은 한 대학생은 불만을 표하다 오히려 큰 처벌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남포시의 한 대학생은 ‘공화국기 새겨진 옷도 다 해지면 걸레감 아닌가. 집 청소에 쓴 것도 아니고 정성사업에 쓴 것인데 비판서까지 쓸 일인가’라고 말했다가 큰일로 번져 안전부에서 재판도 없이 그를 단련대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특히 해당 대학생은 1학년 때 같은 반 여학생과 연애한 일까지 이번에 함께 문제시돼 ‘원래 사상이 비뚤어진 자’라는 이유로 퇴학 처리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소식통은 “공화국기가 새겨진 옷을 막 대하면 문제가 된다는 내용이 주민들 사이에서 각인되고 있다”면서 “그래서인지 공화국기 옷을 구입해 입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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