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주민들 사이에 국기(인공기)가 새겨진 티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선전하며 ‘애국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세우는 정치 슬로건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주민들의 사상적 결속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15일 인공기가 새겨진 옷을 착용한 주민들의 모습이 최근 북한 매체를 통해 자주 확인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강제 지시가 내려와 시작된 일”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선전선동부의 사상 교양 계획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내각 경공업성이 협조하고 있다”며 “담당자는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경공업성 부상이지만 이번 일을 직접 발기한 사람은 김여정, 조용원 동지”라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기 위한 ‘애국 마케팅’이 최고위층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핵심 권력층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조용원 당 비서가 이번 일을 제안했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재가하에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소식통은 “공화국기가 새겨진 국기 옷을 자랑스럽게 입고 즐길 수 있게 피복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키라는 포치(지시)가 내려왔다”면서 “포치에는 다양한 피복 산업미술 형성안을 제작하고 생산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착취를 받아보지 못하고 행복만을 알고 자란 새세대들이 우리의 것을 소홀히 여기고 남의 것, 외부 세계를 부러워하는 현상을 근절하라는 선전 방침이 정해졌다”며 “새세대들이 우리 국가제일주의 사상으로 무장하도록 우리의 국기, 자랑찬 공화국기를 새긴 옷을 즐겨 입고 나라를 위하여 일하도록 만들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인공기 티셔츠 제작과 선전은 젊은층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북한 최고위층의 의도가 담긴 정책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북한은 미래를 짊어질 새세대 청년들의 사상 이완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면서 외부 문화 유입·유포 등 체제 불순 행위들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청년들이 외부 문물을 배격하고 사회주의 사상·문화 수호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사회주의 우리 조국이 세상에서 제일이라면서 못 먹고 못 입어도 제 것을 사랑하는 애국심을 새세대들에 심어주려 한다”며 “온 나라에 애국심이 차 넘치는 기풍을 당풍, 사회풍으로 만드는 사업을 앞으로 10년간 지속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일 ‘위대한 수령을 모시고 인민이 온넋으로 받드는 강국의 인민이 터치는 심장의 웨침(외침)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우리 수령제일주의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위대한 수령이 위대한 국가와 위대한 인민을 탄생시킨다”며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우리 수령제일주의라는 엄숙한 운명의 진리”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지난 1일에도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전면적으로 구현해나가자’라는 제목의 1면 사설에서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곧 우리 수령제일주의”라며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는 총비서 동지의 탁월한 사상과 영도에 의해 펼쳐진 위대한 시대”라고 역설한 바 있다.
국가제일주의를 수령제일주의와 연결 지어 김 위원장에 대한 주민들, 특히 젊은층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한편, 소식통은 인공기 티셔츠에 대한 반응에 대해 “맨날 밋밋한 옷을 입다가 공화국기 옷을 입으니 처음에는 별나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반은 공화국기 있으니 자랑스럽게 입고 나머지 반은 공화국기 상관없이(큰 의미 없이) 입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단체복으로 강제로 입으라는 경우도 있고 체육대회에 참가하는 개인에게는 공장에서 강제로 구해서 입으라고 하기도 했다”면서 “옷은 피복공장들이나 견직공장들에서 다량(대량) 생산돼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 외 평양시나 주요 도시 동별 가내반들에서도 국기가 그려진 편직물이 공급돼 재단과 봉제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공장에서 생산돼 국영 상점에 들어가는 티셔츠는 북한 돈 3만 원에, 가내반에서 제작된 티셔츠는 1만원에서 1만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