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하자”, “짱이다”…北, 어린이들의 남한식 언어 사용 단속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남친', '여친' 등 줄임말 써…한국 문화에 물들지 않도록 통제 강화

2018년 5월 평양 대성구역 려명유치원에서 원아들이 숫자가 적힌 블록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에서 남한식 언어와 말투 사용에 대한 집중단속이 또다시 진행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이달 들어 청진시에서 남조선(남한)식 언어 사용에 대한 단속이 또다시 시작됐다”며 “이번에는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조선식 언어를 사용하는 어린이들을 속출해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주로 청년들을 대상으로 남한식 언행과 옷차림, 머리 단장을 단속해 온 북한이 최근에는 유치원과 소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삼는 모양새다.

주민들 속에 남한의 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자라나는 어린이들만큼은 물들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청진시의 유치원, 소학교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화제가 된 단어 ‘깐부’(딱지치기나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말)와 ‘최고’ 혹은 ‘대장’이라는 뜻의 ‘짱’이라는 남한 유행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은 ‘네가 짱이다’, ‘우리 학급에서 OO이/가 완전 짱이야’, ‘우린 깐부 사이야’, ‘우리 오늘부터 깐부할까?’ 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남한식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은 이것이 남한식 언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쓰고 있어 북한에서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청진시 수남구역의 한 소학교에서는 학부형(학부모) 총회가 소집됐는데, 총회 연단에 나선 교원은 “우리식(북한)이 아닌 남조선 말을 사용하는 것은 당의 은정과 사랑에 배은망덕한 짓을 하는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학교에서도 우리말에 대한 교육과 교양 사업을 잘 시킬 테니 부모들도 집에서 자녀 교양을 잘 시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청진시의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에서도 외래어나 남한식 언어, 말투를 사용하는 학생들에 대한 집중단속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최근 북한의 학생들은 엄마를 뜻하는 ‘맘’, ‘카리스마’라는 외래어를 자주 사용하고, 남사친(남자사람친구)·여사친(여자사람친구)·남친(남자친구)·여친(여자친구) 등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줄임말이나 ‘쪽팔리다’라는 비속어 표현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어이, 브라더’와 같은 한국 영화 대사들도 남학생들 사이에 통용되고 있어 이를 일차적으로 단속할 책임이 있는 학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당국의 단속과 통제에도 여전히 많은 학생이 남한의 영상물을 접하고 남한식 언어를 사용하자 북한은 학생들끼리 서로 감시하도록 하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생활 총화 시간을 통해 총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남조선식 언어나 말투를 사용하다 3번 걸린 학생들은 학급 사상투쟁회의에서 집중비판 대상이 된다”면서 “학교들에서는 학급 사상투쟁회의 이후에도 문제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전교 총회 때 내세워 망신을 주고 심지어 군입대나 대학진학을 하지 못하게 딱지를 붙여놓겠다고 겁을 주는 실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