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감이 줄면서 수입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이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주요 도시를 강력하게 봉쇄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물류 및 유통 체계가 마비되자 중국 현지 공장을 인도, 베트남 등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랴오닝(療寧)성과 지린(吉林)성 등의 전자제품 조립회사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난달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에 납품되는 전자부품 조립을 주업으로 하고 있던 한 공장의 북한 노동자들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 달에 2200~2500위안 정도를 벌었지만, 지난달에는 1000위안대 초반으로 수입이 절반가량 줄었다.
또 유럽의 명품 시계 회사에 납품되는 부품을 만드는 공장도 주문이 절반 이상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이 공장의 노동자들은 일감이 많아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해야 할 정도였지만, 지난 7월 중순께부터는 일감이 줄어든 탓에 하루 5시간 정도만 일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북한 당국에 납부해야 할 당 자금 할당량은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충성자금과 여맹비 등을 납부하고 나면 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3년 전만 해도 노동자들이 낮에는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다른 종류의 부업을 하거나 노래방에서 일하는 등 이른바 ‘투잡(two job)’을 뛰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낮엔 식당, 밤엔 노래방”…中체류 北 노동자, 충성자금에 ‘혹사’)
하지만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정책으로 같은 도시 내에서도 이동이 통제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부업을 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금은 식당이든 공장이든 소속된 하나의 작업장에서 주어진 일만 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노동자를 관리하는 간부들 사이에서는 일감이 계속 감소하면 앞으로 전자부품 생산 공장에 신규 인력을 파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지난달 전자 공장에서 1전도 손에 쥐지 못한 노무자(노동자)도 있었다”며 “업종을 바꾸든지 새로운 대책을 만들지 못하면 노무자들이 중국까지 나와서 일하는 의미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