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식당, 밤엔 노래방”…中체류 北 노동자, 충성자금에 ‘혹사’

소식통 “80일 전투 명목 상납 강요...개인 월급 85% 당에 헌납하기도"

중국 랴오닝성의 한 의류공장에서 북한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2397호,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 모두 송환하도록 명기)에도 불구하고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중국, 러시아 등에서 외화벌이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노동자를 소환하지 않고 있는데, 최근엔 노동 강도를 높여 충성의 자금 헌납 확충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올 초부터 현재까지 북한 당국이 중국에 있는 자국 노동자에게 귀국 명령을 하달한 적이 없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내 공장과 식당이 폐쇄된 2, 3월에도 노동자들은 숙소에서 강제 격리 상태에 있었다.    

현재 북한 노동자들은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지린(吉林)성 등지의 의류, 전자제품, 수산물 가공 공장 그리고 북한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중국에 파견돼 있는 북한 노동자의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진 않았지만 취재 결과 지린성에만 2만 5천명에서 3만 명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은 중국의 파견 노동자들에게 지시 사항을 하달했는데 해외에서도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 ▲해외종업원들도 나라의 어려운 형편을 함께 가슴 아파하며 충성의 외화벌이 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 ▲80일 전투 기간 개인자금을 쌓기보단 나라와 인민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당에 운명을 의탁하는 충신의 모습으로 투쟁하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즉, 당국이 목표로 세운 당 자금 납부를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면서도 개인 월급까지 충성심을 발현, 당에 헌납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간부들은 노동자들이 더 많은 외화를 벌 수 있도록 노동 강도를 높이고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복무원의 경우 낮에는 식당에서, 밤에는 노래방에서 근무를 하고 공장 노동자들도 주·야간 각각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이) 하루 3시간만 자고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쉬는 시간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휴식 시간에 총화(평가) 모임을 하니 다들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최근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단둥의 의류공장에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재중 北 노동자, 또 중노동에 시달려… “이번엔 동복 제작에 투입”)

당국이 ‘80일 전투’를 명목 삼아 충성의 자금 헌납을 강조하다보니 랴오닝성의 한 노동자 관리성원(간부)은 월급 2300위안에서 식사비만 뗀 2000위안을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당자금으로 납부했다고 한다. 그 공장에는 200명의 북한 노동자가 소속돼 있는데, 한 달 동안  40만 위안(한화로 약 6800만 원)을 당자금으로 헌납한 것이다. 

당국에서 개인 월급까지 충성으로 당에 바치도록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임금 착취를 당한 노동자들로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길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질은 전보다 조금 개선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공장이 문을 닫고 기숙사에 격리 돼 있을 때보다 반찬이나 간식은 좋아졌다”면서 “또한 가끔 과일도 나오지만 일하는 것에 비하면 식사가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