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군민행사 참여 전사자 가족 속속 도착…묘 앞은 ‘눈물바다’

주민들도 참여하는 제사 행사 준비 착착…일부선 전사자묘 형체도 없이 사라져 가족들 울분 사

북한 추석 성묘
북한 평양시 해외동포애국자묘에서 북한 주민들이 추석 성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군이 추석 명절에 진행되는 전사자묘 제사에 전사자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군민(軍民) 공동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부대에 속속 도착해 한창 벌초를 진행 중이라고 복수의 군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7군단 정치부에서 전국 당위원회들을 통해 통지한 전사자 가족 대표들이 4일부터 속속 부대에 도착하고 있다”면서 “군단은 4일부터 11일까지 부대 내 외래자 침실과 강습소에 가족들이 머물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포시 소식통도 이날 “추석 군민 공동 행사 준비가 마감에 접어들고 가족들도 도착하고 있다”며 “3군단에서는 전사자 가족들이 알아서 묵을 장소를 찾으라고 해 가족들은 부대 인근 대기 숙박 집이나 아는 사택에 돈을 내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부대에 도착한 전사자 가족 대표들은 행사에 앞서 벌초를 하기 위해 부대 인근 산에 묻힌 자식들의 묘를 찾았는데, 어느 부대라 할 것 없이 묘지 앞은 눈물바다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내려진 강력한 이동 금지 조치에 전사자 가족들은 사망통지서를 받고서도 부대로 가지 못해 장례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사회에서 혹여 여행증명서를 내주더라도 군부대에서는 전염병 확산 우려에 군민 접촉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사망통지서를 받고도 코로나 유동 금지로 오지 못해 한이 맺혀있던 부모들이 자식 묘 앞에서 통곡했다”면서 “비가 오는 속에서도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고 산에 올라간 부모들은 현재 복무 중인 군인들과 함께 벌초를 하고 묘비를 바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7군단에서는 코로나 봉쇄 기간에 관리가 잘 안 돼 묘지가 사라진 경우도 여럿인 것으로 나타나 전사자 가족들의 울분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 구분대 지휘관들이 부대 정치부에 불려 다니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7군단 구분대 지휘관들은 산골 물에 없어지거나 낮아져 형체도 알 수 없는 묘를 실지(실제) 맞는지도 모르고 가족들에게 전사자묘라고 가르쳐주고 있기도 하다”며 “어떤 구분대장들은 전사자 가족들에게 ‘전염병에 살아있는 군인들도 지금껏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 기적일 정도인데 죽은 군인의 묘까지 꼬박꼬박 관리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3군단은 추석 공동 행사에 참여할 전사자 가족들의 숙박 장소를 따로 마련하지 않아 가족들로부터 너무하다는 반응을 자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전사자 가족들이 알아서 묵을 장소를 찾으라는 것이 부대 정치부 지시였으나 어떤 중대장, 소대장들은 아내와 의논해 전사자 가족들이 자기 집에 편하게 묵다 가게 하기도 했다”면서 “하전사들은 말단 지휘관들이 오히려 이 행사를 주도한 정치부보다 생각이 더 깊다고 감동하고 지휘관들 집에 묵게 된 전사자 가족들도 그들의 소행에 감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본보는 북한군 총정치국이 전군 내륙지역(국경, 전연 제외) 소재 부대들에 군민 추석 공동 행사를 각 부대 정치부들이 책임지고 조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군, 추석맞아 軍民 공동 행사 기획… ‘애병정신’ 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