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이 추석 명절 계기에 진행되는 전사자묘 벌초, 제사에 전사자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군민(軍民) 공동 행사를 진행하기로 해 현재 관련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23일 “다가오는 추석을 계기로 전사자 가족 대표들이 참가하는 공동 행사를 부대 정치부들이 책임지고 조직하라는 총정치국 명령 지시가 지난 20일 각 부대 정치부에 내려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19 비상방역을 명목으로 한 전국적 유동 금지 조치에 따라 지난 2~3년간 군인들이 복무 중 사망해도 유족은 직접 부대에 가보거나 부대에서 치러지는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실제 북한은 코로나19 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아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자식의 사망통지서만 받아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총정치국은 추석을 맞아 부대 정치부들에 ‘전사자 가족을 당과 국가가 보살펴야 한다’면서 근 3년간 사망통지서만 받고 사망한 군인이 묻힌 곳에도 가보지 못한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차원의 공동 행사를 기획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는 추석맞이 코로나 봉쇄 기간 소원해진 군민 관계를 회복하고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 군의 ‘애병(愛兵) 정신’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정치국의 직접 지시에 따라 각 부대 정치부들에서는 지난 2~3년간 전투 임무 수행 중 사망한 전사자 가족 중 10~20명가량 대표를 선출하고, 각 대상과 해당 지방 당위원회들에도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이에 지방 당위원회들에서는 안전기관들과 협력해 여행증명서와 승인번호를 미리 발급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총정치국은 북-중 국경 지역과 남측과 인접한 최전방 지역을 제외한 내륙지역 주둔 부대들에만 이번 공동 행사를 진행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부대에서 공동 행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전사자 가족들은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몇몇 전사자 가족들은 코로나 난리에 장례식에도 못 갔는데 코로나 방역 승리를 선포한 지금도 부대에서 이름 짚어 내려온 대상만 벌초나 제사에 참여할 수 있다니 이것도 불공평하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군인들 속에서는 ‘군대에 나와서 죽으면 고향에 묻히는 것도 아니니 가족들과 영원히 생이별하는 것과 같다’며 처지를 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복무 중 사망한 군인들은 대부분 소속 부대 인근 산에 장사되는데, 북한에는 부모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미혼 자식의 묘는 옮기는 게 아니라는 미신 때문에 묘지 이장을 잘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은 ‘죽어서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복무하던 부대 주변 산에서 무주고혼(無主孤魂)이 된다’며 넋두리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한편 소식통은 “추석을 맞아 군민 공동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맞게 국방성과 비상방역지휘부들은 벌초, 제사 등 군민 행사 진행 과정에도 방역 규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