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 연설이 주민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남측에서 날아온 물품으로 코로나가 유입됐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은 지난 10일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이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원수님”이라며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 위원장도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으로, 최고지도자가 주민들과 같은 고통을 겪었음을 밝히면서 헌신과 애민 리더십을 선전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원수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사선의 고비를 넘고 무조건 살 수 있다는 억척의 믿음을 심신에 채우며 병마와 싸워 이긴 인민들의 모습은 영도자와 인민 사이의 혈연적인 정과 신뢰와 믿음이야말로 그 세상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불가항력이고 기적과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공개한 당시 영상에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참석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북한 매체들은 김여정의 발언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참석자들을 여러 번 클로즈업해 내보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영상을 시청한 일부 북한 주민들은 “우리만 힘들었던 게 아니구나”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17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모든 사람이 연설 내용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지만 원수님도 우리의 고통을 알고 있고 인민을 위해 앞장섰다는 점에서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며 “일시적으로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밝히면서 헌신을 언급한 것을 최고지도자의 인민애로 받아들인 주민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일종의 ‘감정 정치’로서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전문가는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당대회 같은 중요한 행사도 풀버전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마지막 김여정의 토론문을 공개하기 위해 이번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의 전체 내용을 공개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김여정의 토론에 스포트라이트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김여정의 토론 내용을 부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진행된 간부들의 토론이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에 치우쳐있어 앞으로의 방역 정책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문가는 “내부 통치에 있어서 단기적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발열자가 확산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계속해서 성과를 드러낼 명분이 없어질 것이고 정치적 이유로 코로나 유입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한 것도 주민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여정의 토론 내용이 수령 우상화와 코로나 유입에 대한 남측 책임론에 치중되면서 이를 비판하는 주민들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북한 내부 소식통은 “남쪽에서 유입된 적지 물자에 의해 비루스(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삐라나 소책자 같은 물품이 직접 유입되는 것도 아니고 인적이 드문 산골에 며칠 동안 방치돼 있다 어쩌다 드물게 발견되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물건에 비루스가 살아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만약 외부에서 들어온 물건에 비루스가 묻어 있었다면 남조선(남한)이 아니라 수입품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것일 것”이라며 “적지물자가 발견되는 강원도보다 중국과 직접 접촉이 많은 남포시에 유열자(발열자)와 사망자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 남조선에 유입된 물건에 코로나가 묻어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