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칼럼] 건축인이 생각하는 북한의 인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검덕지구 살림집 건설 현황을 소개하며 건설에 동원된 인민군의 혁명열과 투쟁열, 애국열을 부각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7월 22일 통일부는 주요업무 추진계획 보고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실현 차원에서 실질적 개선”과 “남북 간 개방과 소통을 위한 민족동질성 회복‘의 의지를 밝혔다. 이번 통일부의 보고는 ‘담대한 계획’ 아래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 경제협력 및 안전보장 방안과 동시에 상호존중의 남북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 간의 관계개선을 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문제를 논의한다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특히 자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거론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단정 짓고 있는 북한과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번 통일부가 내세운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유엔은 지난 2005년 제60차 유엔총회부터 지난 2021년 제76차 유엔총회에 이르기까지 17년 연속으로 ‘북한 내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를 채택하였으며,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대외적으로 개선을 촉구해 왔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1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해결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지난 정부가 남북 간의 관계개선을 우선 목표로 삼다보니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접근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 새 정부에 들어 통일부가 다시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담대한 계획과 함께 남북관계를 정상화 한다는 정부의 구상 속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복잡한 함수관계에 숨은 묘수를 찾아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통일부의 보고 자료에 의하면 북한 인권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하는 방식보다는 북한인권재단을 통해 남북인권 대화나 인도적 지원 등과 같은 우회적 접근방식을 추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인권 문제는 정치적 혹은 외교적인 압박을 통한 정면 대응보다는 우회적 접근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 즉 북한과의 평화적 교류와 함께 인권문제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유엔총회 결의에서는 “고문 및 비인도적인 대우, 여성에 대한 성폭력, 비사법적 및 자의적 구금, 적법절차와 법치주의 부재, 즉결처형과 자의적 처형,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인한 사형선고, 아동 등에 대한 광범위한 강제노동, 대규모 정치범 수용소, 북한으로 추방·송환된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지만, 이밖에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 대응역량 부족, 코로나19 상황 및 지속적인 국경봉쇄로 인해 악화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부족과 보건문제 등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 해결 대상으로 꼽았다.

한 국가의 건축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수준과 국민의 생활수준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면 인권 문제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특히 국가가 지급한 주거시설일 경우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의 벽을 스스로 뛰어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 처한 주민들의 고통은 심각하기 마련이다.

북한의 주택과 건축정책은 대부분이 정부 중심의 공급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전체의 90% 정도에 이르는 대부분의 주거시설이 김일성 및 김정일 시대에 공급되어 현재 급속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기부터 평양의 건축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최근에는 대외홍보용 월간 화보 ‘조선’을 통해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송화거리 등의 초고층 살림집을 집중적으로 홍보하였다. 이것은 마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평양의 경제발전과는 무관하고 국가경제가 건재하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평양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대부분 인민의 주거환경은 평양과는 매우 다르다.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는 대북 건축정책을 통한 북한 인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 의료 등의 직접적인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고통의 대부분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인민들의 식생활 및 보건·건강의 문제는 물론이고, 적정수준의 주거공간이 확보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 휴식,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 형성까지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건축은 크기와 가치를 떠나 남북관계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몇 해 전 남한의 한 대북지원 단체가 북한의 결핵 환자를 돕기 위해 매번 의료적인 지원을 하던 중 환자들이 머물 수 있는 병동을 지원한 것은 물론 단순히 의료적인 목적이었지만 건축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는 많은 고통을 덜어준 고마운 사업이었다.

통일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남북 간의 신뢰회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외부 정보에 어두운 북한주민들에게는 남한이 낙후된 북한의 주거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접근한다는 사실만으로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보편적 가치 실현 차원에서 실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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