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물에서 숭늉 찾기’식 기술고급중학교 개편·설립 질타

절차·규칙 마련해 전국 도 교육부들에 배포…교육절까지 2~3명 시학 파견해 문제 개선

평안북도 삭주군 영웅삭주기술고급중학교.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교육위원회가 전국 도 교육부들을 대상으로 기술고급중학교 설립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절차와 규칙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교육위원회는 기술고급중학교를 새로 내오기 위한 상반년도 사업 정형(실태) 총화 내용을 두고 각 도에서 나타난 행태를 ‘우물에서 숭늉 찾기식이라고 질타했다”며 “이에 교육위원회는 이달 초부터 다음달 초까지 한 달간 일일 화상 회의 형식의 집중 지도로 문제 개선 토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기술고급중학교는 우리나라의 특성화고등학교와 비슷한 형태의 교육기관으로 특정 분야별 기술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기간 교육 부문에 기술고급중학교 개편 및 설립이라는 과업을 제시했는데, 일부 도 교육부들이 이 과업을 관철한다며 맹목적이고 형식주의적으로 기술고급중학교의 개수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전언이다.

이에 교육위원회는 기술고급중학교 개편·설립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와 규칙을 마련해 전국 도 교육부들에 배포하고 5일부터 이를 시행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우선 각 도 교육부들이 기술고급중학교를 개편하거나 신규로 설립할 때 한 학년에 정원수 20명 이상 학급을 2개 이상 두지 못하면 기준 미달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영유아와 어린이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고급중학교 수만 늘리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중등학교 단계부터 과학기술 수재를 기르기 위한 직업 기술교육이라는 점에서는 교육 부문 종사자들도 반응이 좋다”며 “하지만 지방의 학생 수는 적은데 학교만 잔뜩 늘리면 10년 후에는 다닐 학생 수가 모자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위원회는 학교가 학생들의 지망을 받아 토의 후에 기술고급중학교 입학, 편입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도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로 제시했다.

또 앞으로 기술고급중학교에 진학, 편입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대상자를 명단에 잡아넣지 말고 사전에 학부모들의 동의를 받도록 할 것을 명시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밖에 기술고급중학교 설립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교육위원회가 현장 심의해야 한다는 점, 이 현장 심의에서는 학급수와 학급별 정원수, 새 학년도에 해당한 과정안 교재와 현대화 교육 비품 준비 상태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도 이번 규칙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교육위원회는 이번 한 달 집중 지도 기간에 지금껏 국가계획 보고를 위해 우물에서 숭늉 찾기식으로 기술고급중학교를 개편, 설립하는 것이 보편화됐다고 지적하면서 9월 5일 교육절까지 각 도 교육부들에 2~3명의 교육위원회 시학(視學)들을 파견해 현지에서 문제를 개선해나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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