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평양의 대학생 약 10% 정도가 북한 당국이 설정한 스마트폰 보안 체제를 우회하는 프로그램 ‘가락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가락지는 평양 대학생 100명당 10명 정도가 사용하고, (강원도) 원산의 경우는 청년동맹원 100명 중 15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락지는 스마트폰으로 북한 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외부 콘텐츠를 열어볼 수 있으면서도 이것이 열람 기록에는 남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이 가락지 프로그램을 아는 사람들끼리 알선해 판매하거나 빌려주고,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거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우회 프로그램 판매, 유통 사실을 당국에 들키지 않으려 ‘아는 사람’에 한해서만 암암리에 주고받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가락지는 모두 인맥 관계, 안면 관계를 통해 전달, 유포되기 때문에 별도 사용설명서는 없다”면서 “사용법은 전부 구두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서 유통 중인 또 다른 우회 프로그램인 ‘비둘기’에는 별도의 사용설명서가 존재한다고 한다.
한편 소식통은 “평양이 (가락지 프로그램의) 공급 원천지이고 보급 근거지”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이 배포되는 시작 지점이 평양이라는 얘기다. 청년층의 경우에는 평양에서 공부하거나 거주하는 대학생들이 지방의 친척들이나 지인들에게 프로그램을 유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평양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후 관련자들에 의해 암암리에 지방으로 퍼져나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소식통은 “가락지는 지난해 7월 붉은별연구소에서 최초로 발명돼 나중에 김일성대, 김책공대 연구소들에서 보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붉은별연구소는 북한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기관인 조선컴퓨터센터 산하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명문 대학으로 알려진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내에도 붉은별연구소가 있는데, 이는 조선컴퓨터센터 붉은별연구소와 연관된 기관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조선컴퓨터센터 산하의 붉은별연구소에서 ‘가락지’가 만들어져 유관기관에 배포됐고, 이를 통해 프로그램이 개선돼 판매,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에는 ‘날개’라는 이름의 우회 프로그램도 유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올해 5월 초부터는 ‘날개’라는 프로그램도 퍼지고 있다”며 “기능은 가락지보다 더 좋고 빠르고 간단하다고 하는 데 직접 이용해본 적은 없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우회 프로그램을 단속하고 추적하는 상황과 맞물려 당국의 눈을 피해 외부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우회 프로그램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기기 업데이트 조직적 지시…우회 프로그램 설치 여부도 검열
북한 내 스마트폰 우회 프로그램 10여 종…최근엔 ‘가락지’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