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휴대전화 감시를 피하기 위한 우회 프로그램이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프로그램이 10여 종에 달하는 등 과거보다 종류가 많이 늘어났고, 주민들의 수요도 상당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전문가 양성, 개발 연구 기지들의 젊은이들이 당국의 지능형손전화기(스마트폰) 통제를 우회하는 전문 기술을 비법(불법)적으로 개발해 상업화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면서 “10여 가지의 우회 프로그람(프로그램)이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김정은국방종합대학, 평양이과대학, 평양과학기술대학, 룡성약전공업대학 등 대학이나 내각 정보산업성 산하 연구소 및 센터에서 일하는 젊은 인재들이 이 같은 우회 프로그램 개발과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북한산 전자기기로도 불법 외국 영화나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USB나 외장하드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다양한 감시·추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우회 프로그램을 이용해 당국의 이런 감시·추적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대학생, 휴대전화 ‘인증 회피 프로그램’ 통해 南 영상 본다”)
기존에 알려진 우회 프로그램으로는 ▲외부 문서나 동영상의 인증을 회피하는 PC프로그램 ‘비둘기’와 ‘참매’ ▲특정 파일을 숨기는 ‘3차원 체계’ ▲파일 열람 이력을 삭제하는 ‘미궁’ 등이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스마트폰 우회 프로그램 ‘비둘기’ 입수…참매와 기능 동일)
다만 우회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종류도 더욱 다양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2022년 5월 신 개발된 우회 프로그램 ‘가락지’는 기기(USB, 외장하드) 가격을 제외한 순수 프로그람 가격이 60딸라(달러)”라며 “청년, 대학생, 경무, 보위, 안전, 당 일꾼, 연구사들이 우회 프로그람을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만 구하면 다양한 영상, 음악, 영화, 화면, 책, 아동 영화 등을 접할 수 있어 문화생활 영역이 다양해진다”며 “한 번 보면 두 번 보고 싶은 인간의 충동, 청년들의 호기심을 당, 국가, 법이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돈 있는 사람들은 이것만 있으면 많은 것을 다 누릴 수 있다”면서 “(당국이 우회 프로그램을) 초토화하면 또 다른 프로그람이 다른 곳에서 개발돼 걱정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도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주민 휴대전화를 더욱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강제적으로 진행하면서 불법 문서나 미디어 열람 또는 불법 프로그램 사용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은 주민들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업데이트 주기를 단축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허가받지 않은 프로그램 이용을 차단하는 한편,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부정한 사용 내역이나 흔적들을 찾아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지능형손전화는 1~3년에 한 번 새 체계를 태우고, 각종 프로그람은 시기마다 아니면 1년에 한 번, 그중 가장 많이 쓰는 대중 프로그람이나 필수 검열 프로그람은 무조건 1년 1회 새 체계를 태워야 했다”며 “그런데 최근 주기가 6개월에 1회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필수 검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내 앱과 문서 실행 여부를 추적하는 ‘열람 이력’, 바이러스 백신인 ‘감염 방어 종합 프로그람’ 등이며 대중 프로그램은 각종 게임 및 영화 관련 앱 등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북한이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와 컴퓨터 등록 소지자들에게 기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라고 포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기기 업데이트 조직적 지시…우회 프로그램 설치 여부도 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