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탄원 거부한 청년들, 가족과 함께 오지로 추방… ‘이례적’

험지 진출 기피 현상 막으려는 의도인 듯…탄원에 소극적인 청년들 추방 소식에 몸 움츠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30일 평안북도의 고급중학교 졸업생 110여 명이 사회주의 건설의 전구들로 탄원(자원 진출)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강원도에서 험지 탄원을 거부한 청년들이 가족과 함께 산골 오지로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험지 탄원을 거부한 청년들이 처벌받은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가족들과 다같이 추방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강원도 원산시에서 험지 진출을 거부한 청년들이 가족과 함께 황해남도와 황해북도의 산골 오지로 추방됐다.

이번에 추방된 청년들은 지난 4월부터 가정과 건강상의 문제로 험지 탄원을 미뤄왔는데, 도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위원회는 이렇게 청년들 속에서 건강 문제와 개인사를 이유로 험지 탄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해당하는 청년들을 가족과 함께 오지로 추방하는 방안을 도 당위원회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도당은 ‘나라가 어렵고 힘든 시기에 당의 사랑과 은정에 충성의 구슬땀으로 보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의 향락만을 추구하며 당의 방침과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이적행위’라며 험지 탄원을 거부한 청년들과 그 가족들을 산골 오지로 강제 추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도당은 험지 탄원을 거부한 청년들을 추방하기 전에 공개 비판 무대에 세워 강도 높은 사상투쟁을 벌일 것을 지시했고, 이에 원산시 청년동맹 회관에서는 지난달 중순 800여 명의 청년들이 모인 가운데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도당은 험지 탄원을 거부한 청년들의 부모들을 불러 ‘자녀 교양을 잘못해 당에 심려를 끼쳤다’는 내용의 반성문과 ‘농촌에 내려가서 성실하게 일하겠다’는 결의문을 쓰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의 방침과 지시를 거부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청년들의 험지 탄원 기피 현상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원산시에서는 험지 탄원을 거부한 청년들의 강제 추방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험지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청년들이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금은 도시에서 살아도 먹고 살기 어려운데 농촌에 자원해서 진출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험지 탄원 청년들은 정부의 조직적인 강압에 농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지로 추방된 청년들과 그 가족들은 살림집을 배정받기는 했으나 지붕이 멀쩡하지 않아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보이고 집안 바닥에는 장판도 없는 열악하고 한심한 주거 환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