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7·27 전승절 연설에서 나타난 김정은의 노림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승리 기념탑 앞에서 제8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전멸시키겠다고 위협하는데도 꼬박 김위원장’?

북한의 7·27 전승절(휴전협정일)을 맞아 김정은이 한 연설이 온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었다. 진보는 물론이고 보수언론들도 모두 김정은의 연설을 탑 뉴스로 내보내며 기사들을 쏟아냈는데, 그 방식이 흡사 김정은 전언을 그대로 옮기는 듯한 방식을 취했다. 제목들도 하나같이 선정적이었다. ‘윤정권, 위험한 시도시 전멸’, ‘김정은, 위험한 시도하면 윤정권 전멸’, ‘선제무력화 시도시 윤정권, 군대 전멸’, ‘김정은, 선제타격 시도 땐 윤석열정권 전멸’ 등으로 한 언론사만 타이틀 뒤에 ‘협박’이라는 용어를 붙였다. 협박이라고 붙였다는 것은 김정은의 존재(관계) 설정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들을 보면, 내용들이 다 똑같고 김정은이 연설한 그 문장만 따오기에 급급했다. 김정은이 왜 저런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가 단 한 개도 없었다. 기사를 올리는 목적이 단지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것인지 전혀 신중함과 진지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전멸시키겠다고 위협을 하며 ‘윤설열과 깡패들’이라고 망언을 하는 자를 향해 꼬박 꼬박 ‘김위원장’이라고 칭하는 것이 몹내 아쉬었고 불편하기까지 했다.

7·27 전승절, 민심이반 차단의 호기

김정은의 7·27 기념연설이 있기 전에 열흘 전부터 노동신문은 “전승세대의 정신을 계승하자”라는 내용의 사설들을 계속해서 실었다. 그 사설들을 검토해보면, 북한이 내세우는 7·27 정신의 핵은 수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이다. 사설들은 6·25전쟁을 북한의 자주권을 건드린 미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규정하며 김일성 수령의 탁월한 영도아래 그 침략을 분쇄시켰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승세대가 발휘한 영웅정신을 크게 세가지로 명시했는데, 첫째, 수령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각오 둘째,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않는 혁명적 낙관주의 셋째, 전쟁 한 가운데서도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제시하며 물리적 한계는 있어도 사상정신의 힘에는 한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엄혹한 시련도 불굴의 정신, 결사의 각오만 있다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계속해서 주지시키고 있었다.

또 하나, 전승세대의 영웅정신으로 원수를 향한 불타는 증오심, 적개심을 들었다. 전승세대들은 보병총으로 원자탄을 막아낸 승리자들로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사상정신력’이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난 3개월 가까이 계속해서 인민들에게 ‘사상무장투쟁’을 주문해왔던 북한정권으로서는 7·27 전승절이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코로나 관련 노동신문의 사설을 몇 개월 분석해오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글들이 인민들에게 정신무장을 주문하며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이 ‘김정은 결사옹위’였다. 그동안 수개월동안 지겹도록 외쳤던 것이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 충실성이었다. 그러나 코로나의 공포적 분위기는 인민들의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7·27을 맞은 것이다. 북한정권으로서는 7·27 전승절은 인민들의 사상무장을 철저하게 단도리할 절호의 기회였다. 왜냐하면 미국을 향한 증오심과 적개심을 불어넣기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항미결사항전을 외치기에 가장 적기이다. 북한이 전승절에 빠지지않고 내세우는 전쟁영웅이 리수복이다. 1951년 10월 적의 포화로 팔다기가 다 떨어져나가면서도 무명고지를 점령했다는 그의 일화는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울분과 함께 항미결사항전의 각오를 다시금 가지게 해준다. 이처럼, 7·27이 미국을 대화와 협력의 상대가 아니라, 무조건적 타도의 대상으로 제시하기에 가장 적기이다. 미국과 싸워 승리해야 만 우리식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입시킬 수 있는 날이다.

그래서, 김정은도 반복해서 인민들에게 청년들에게 적개심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연설내용을 보면, 노동신문의 사설의 내용과 거의 흡사하다. 노동신문 사설들을 썻던 이들이 김정은 연설문 작성에 참여했다고 판단될 만큼 유사하다. 사설들의 공통점은 김정은의 영도 아래 만이 전승세대의 영웅정신이 계승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김정은은 올해는 더욱 성대하게 전승절 행사를 진행시켰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어느 때보다 민심이반을 차단해야 되기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월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69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연설의 방점, 내부단속용

결론적으로, 이번 김정은의 7·27연설은 내부단속용이다. 대남위협 발언 또한, 내부결집 목적이 크다고 본다. 7·27 이전 노동신문 사설들에서 나타난 주요요지는 다음과 같다. 전승세대의 투쟁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강력한 사상교육을 주문했다. 사상교육의 핵은 수령중심주의, 수령제일주의의 우수성을 주입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사상은 김정은의 영도아래 더욱 빛난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만이 혁명무력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인민군대를 세계 유일무이한 최정예혁명강군으로 발전시키고 첨단무기체계(핵무장)를 완성하여 최상의 경지로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중단없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려면, 김정은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일심단결을 해야한다. 결론은, 전체 인민들의 ‘김정은 결사옹위’의 결연한 의지 촉구이다.

김정은 연설에서도 이런 점이 잘 드러나 있다. 김정은은 장시간을 민심을 추스르고 단속하는데 할애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미, 대남 강경발언은 필수적이었다. 7·27 전승절기념 연설이었기에 이 같은 항미 발언을 통한 미국과의 대결구도 형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수위 높은 대남 적대발언도 7·27연설인 만큼 당연한 것인데, 우리 언론들이 너무 들떴다. 전승세대의 영웅정신을 계승하자가 가장 핵심이었기에 도가 넘는 도전적 언사는 필수불가결이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전승세대들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서 긴 시간 전승세대들을 칭송한다. 왜 그랬겠는가. 이유는 하나다. 그 전승세대의 영웅정신을 본받자는 것이다. 아래의 문장들이 그 대표적 예이다.

“지금과 같이 나라가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생사존망의 준엄한 전쟁 위기를 주저없이 맞받아 나갔던 로병세대의 불굴의 기개가 더욱 귀중하게 여겨집니다.”

“동지들! 우리에게 있어서 전승의 날은 단순히 지나간 영웅시대의 항전사를 기념하고 돌이켜보는 경축의 날로, 회억으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날은 가장 간고처절했던 년대에 가장 위대한 승리를 안아오신 력사의 체현자, 증견자들 앞에서 오늘 우리의 투쟁이 그 위대한 전통의 계승이라고 떳떳이 자부할 수 있는가를 되새기며 신심과 용기를 가다듬고 열정과 투지를 돋우는 소중하고 의의있는 계기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전승세대가 70년 전에 떠올린 국가의 영광과 영예를 현시대의 높이에 맞게 더욱 빛내이고 다음대에로 굳세게 이어놓아야 할 중대한 력사적 책임이 지워져있습니다. 전승 세대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해 끊임없이 분투해야 합니다.”

북한이 말하는 전승세대의 업적이 무엇인가. 바로 미제국주의를 물리친 것이다. 그러기에 김정은은 연설에서 인민들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증오심과 적대감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했다. 그리고 김정은은 그렇게 했다. 그다음 김정은의 연설은 우리는 얼마든지 미국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하면서 그 비결은 사상무장과 동시에 첨단군사무기체계, 곧 핵무장이다. 이런식으로 당연히 전개될 수밖에 없다.

“우리 민족의 현대사에 가장 엄중한 위해를 끼친 미국은 오늘도 우리 공화국에 대한 위험한 적대행위를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미제와는 사상으로써, 무장으로써 끝까지 맞서야 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언합니다.”

“지금 우리 무장력은 그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철저한 준비가 되여있으며 우리 국가의 핵전쟁억제력 또한 절대적인 자기의 힘을 자기의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습니다.”

“우리 공화국정부는 더 강해지는 철저한 군사력과 투철한 반제반미, 대남대적정신으로 우리 국가와 인민, 우리의 자주권을 철통같이 지켜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미발언을 전개하며 자연스럽게 대남발언을 이어갔던 것이다.

대남위협 발언은 남한 교란용

김정은은 대남위협 발언에도 상당히 길게 할애했다. 그 적대발언을 보면, 목적이 대남교란용인 듯하다. 필자는 며칠 전 통일부에서 구상하는 ‘담대한 계획’에 대해 권영세 장관의 브리핑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권장관의 발언에는 북한이 신경쓰는 안보우려해소에 방점이 찍혔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장을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으로 받아들이는 뉘앙스를 취했었다. 관련 발언을 직접 인용하면, “북한이 핵개발 등 과정에서 명분으로 삼는 게 안보문제 아니냐”, “경제적 유인책 외에 북한이 핵개발의 이유라고 주장하는 안보우려를 해소할 방안까지 집어넣겠다”라고 분명히 했다. 북한의 입장을 분명히 받아들이는 제스처였다. 이것을 북한이 캐치했을 것이고 김정은도 직접 확인 했을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어느 때보다 핵무장이 방어용 차원이라고 힘주어 말했고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 강력히 규탄하였다.

“지금 우리 무장력은 그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철저한 준비가 되여있으며 우리 국가의 핵전쟁억제력 또한 절대적인 자기의 힘을 자기의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습니다.”

“적들의 발악적인 군비확장책동과 위험한 군사적기도들을 더욱 철저히 제압분쇄해야 할 우리 혁명의 정세는 우리 군사력의 더 빠른 변화를 필요로 제기하며 이 력사적과업의 책임적인 실현을 위하여 우리 당중앙은 최근에 국가방위력의 발전전략에 관한 임무를 책정하고 정확한 집행에로 령도하고있습니다.”

“우리 무력의 일상적인 모든 행동들을 도발로, 위협으로 오도하고있는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는 대규모합동군사연습들을 뻐젓이 벌려놓고있는 이중적행태는 말그대로 강도적인것이며 이는 조미관계를 더이상 되돌리기 힘든 한계점에로, 격돌상태로 몰아가고있습니다.”

“남조선은 이 시각도 우리에 비한 저들 군사력의 렬세를 조금이나마 만회해보려고 무기개발 및 방위산업강화책동에 더욱 열을 올리고 미국의 핵전략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있으며 여러가지 명목의 전쟁연습들을 확대해나가고있습니다.”

이 같은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윤대통령 이름을 부르고 깡패군대라는 것에만 유감을 표할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다른 부분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이미 권장관을 통해, 북한의 핵무장이 방어용이요, 한미군사훈련이 북한이 신경쓰는 안보우려라고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장을 규탄하며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되는데, 어물쩍거리는 듯 보인다.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지점이다. 바로 김정은은 이것을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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