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일부 공개 탈북어민 북송 영상 간부들 보여주며 사상교육

공개 다음 날 긴급하게 간부들 소집… '민족반역자의 최후'로 일반주민 교양 강화하라 지시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북한 어민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정부는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해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나포 5일 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은 군사분계선을 넘은 탈북 어민이 북측 관계자들에게 인계되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북한이 최근 공개된 탈북어민 북송 당시 영상을 간부 대상 사상교육 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일 오전 긴급 방침 포치(지시)라는 명목으로 간부들을 소집하고 전날(18일)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어민 북송 당시 영상을 보여주며 사상교육을 했다.

소집 대상은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군 보위국, 검찰소 등 주요 권력기관의 부장급 이상 간부들로, 기관별로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에 해당 영상 시청이 포함된 사상교육이 진행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긴급하게 집합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자 일부 간부들은 새로 나온 기록영화를 방영하는 줄로 알았다고 한다. 갑자기 왜 지시가 내려졌는지 어떤 내용이 다뤄질지 간부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북한은 해당 사상교육 시간에 통일부가 공개한 북송 당시 영상뿐만 아니라 북측 판문점에서 역사기록원이 자체적으로 촬영한 당시 영상도 함께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개의 영상을 모두 본 간부들은 ‘왜 사람들 얼굴을 흐리게(블러) 처리했는지’, ‘안전원(경찰특공대원)들이 왜 사복을 입고 있는지’ 등을 궁금해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북한이 남측과 북측에서 각각 촬영된 영상을 잇달아 보여줌에 따라 간부들은 탈북어민들의 송환 이전, 이후 모습과 이들의 태도 변화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북한은 영상을 본 간부들에게 반영문 즉, 감상문을 써서 제출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탈북어민 북송 영상을 공개한 바로 다음 날 북한이 간부들에게 해당 영상을 보여주며 사상교육을 진행한 것은 간부들 사이에서 이와 관련한 불필요한 소문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이를 탈북방지·차단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일부가 영상을 공개하기에 앞서 지난 12일 탈북어민 북송 당시 사진 10장을 공개했을 때도 북중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소식이 주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탈북어민 북송 사진 공개 소식 빠르게 확산…北 주민들 ‘충격’)

이런 가운데 북한은 간부들에게 “민족반역자들의 최후”라며 이를 바탕으로 일반주민 교양을 강화하라는 지시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북한은 국가보위성 교육 자료에 탈북어민 2명의 탈북 및 북송 과정과 함께 ‘남조선(한국)으로 가려 했던 민족의 반역자들이 결국에는 남조선 정부에 의해 조국(북한)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조국을 배신하면 남조선에 간다고 해도 이렇게 다시 조국으로 끌려와 결국엔 처형당한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교양 자료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본보는 지난해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취재한 결과 북송된 탈북어민 2명이 국가보위성 산하 구류장에 수감돼 조사를 받았으며, 북송된 지 두 달이 되기 전에 처형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2019년 강제 북송된 목선 탈북민 2명, 두 달도 안돼 처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