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1월 목선을 타고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측으로 넘어 왔다가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강제 북송된 북한 주민 2명이 최근 국가보위성 교육 자료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발간된 해외 파견 노동자 대상 사상교육 자료에 탈북을 시도했다가 강제 북송된 주민들 사례가 나열됐는데 이 중 오징어잡이 목선을 타고 남하했다가 우리 정부에 의해 북으로 추방된 2명이 포함됐다.
국가보위성 교육관은 이들을 설명하며 ‘2019년 ‘낙지(오징어·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로 지칭)잡이’ 배를 타고 남조선(한국)으로 가려 했던 민족의 반역자들’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결국 이들은 남조선 정부에 의해 조국(북한)으로 돌아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는 전언이다.
다만 국가보위성 사상교육 담당자는 이들이 선박에서 동료 선원들을 살해했다는 범죄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들이 해상에서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다 우리 해군에 의해 나포됐으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으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들이 해군에 제압된 뒤 귀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한국행 의사가 있었다고 밝힌 북한 측과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통해 취재한 결과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인계된 이들은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는 국가보위성 산하 구류장에 수감돼 조사를 받다가 북송 후 두 달이 채 되기 전에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로부터 이들의 신병을 인계 받은 북측은 이들을 약 50일간 고문하며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이 실내에서 참수형으로 처형됐다는 게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북한은 탈북자들이 한국 또는 제3국에서 당국의 비밀을 폭로하거나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되는 활동을 할 경우 ‘범죄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비난해 왔다. 탈북자들의 발언에 신뢰성을 훼손시키고, 이들의 계획이나 활동을 틀어지게 만들려는 의도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러시아에서 탈북을 결심하고 난민수용소를 찾아갔던 해외 건설 노동자 주경철 씨에 대해 북한 당국은 ‘미성년자 강간범’이라는 누명을 씌워 러시아 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한국行 꿈꾸던 러시아 파견 북한 군인, 납치·처형됐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 정부는 범죄자라 할지라도 난민 지위를 요청한 자를 북한 당국의 요구만으로 북송시킬 수 없다며 재판을 진행했고, 러시아는 북한이 주장한 범죄 시점이 주 씨가 러시아에 체류 중이었던 때임을 확인하고 주 씨의 보호 요청을 받아들였다.
주 씨는 결국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돼 북송된 후 처형됐지만 러시아 당국은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는 북한 당국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법적인 재판 절차를 진행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19년 11월 어선 탈북자 2명의 신병을 인도한 후 어떠한 법적 조치도 없이 닷새 만에 이들을 북으로 추방했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결정이 법률 검토에 따른 것이었다고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탈북자 강제 추방 사건과 관련해 “너무나 명백한 흉악범이었고 도저히 우리가 국내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헌법이나 관련 법률 검토를 했고 북으로 반환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