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소식을 접한 탈북민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북한의 부실한 의료체계와 경제난, 식량난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북한은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엄중한 사태가 조성됐다고 밝히면서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전국의 모든 지역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봉쇄에 미처 식량을 준비하지 못한 주민들이 곳곳에서 쓰러지고 심지어 아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주민들은 의약품도 구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철저히 통제된 채 생활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최근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 3명을 만나 현재 북한의 코로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2018년 입국한 30대 탈북민 A씨.
본보와 만난 A씨는 북한의 코로나 소식에 브로커에게 전화부터 했다고 했다. 그는 “고향에 코로나가 확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빠가 환자라 혹시나 잘못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며 “바로 브로커에게 연락해 돈을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로커에게서는 ‘돈 이관은 할 수 없다. 이관할 수 있을 때 연락할 테니 그때 다시 얘기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A씨는 “정말 화가 났다. 가족이 굶어 죽는지 코로나에 걸려 죽는지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있어야 하니 그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행히 지난달 말 브로커에게서 ‘돈을 받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A씨. 그렇게 그는 돈 200만 원에서 수수료 60%를 뗀 나머지 80만 원을 북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수 있었다. 수수료가 너무 높지만, 돈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1분도 고민하지 않았다는 게 A씨의 말이다.
그는 “돈이라도 보내고 나니 걱정은 좀 줄었는데 부모님이 앓아서 일어나지도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가족들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빌고 또 빌 뿐”이라고 말했다.
2017년에 입국한 20대 탈북민 B씨.
고향이 북한 내륙 지역인 B씨는 코로나 봉쇄 소식을 접하고 ‘굶어 죽는 사람이 많겠구나‘라는 생각부터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내륙지방은 국경 지역과 달라 봉쇄를 하면 아사자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더욱이 지금은 보릿고개인데, 얼마나 힘든지 사람들은 보릿고개를 ‘죽음의 고개’라고도 한다. 이때는 식량이 다 떨어져 풀을 뜯어 먹으며 하루를 버티지만, 사람이 먹을 만한 풀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씨는 “이런 실정에서 봉쇄했다는 것은 대놓고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북한 상황을 너무 잘 알기에 가족에 대한 걱정이 다른 때보다 더 커가고 있으나 지금은 가족을 도와주려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 속상할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016년 입국한 30대 탈북민 C씨.
북한에 무상치료제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수도 평양과 지방의 의료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 병원들은 시설이나 의약품이 부실하고 의사들도 능력 부족으로 오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지방 주민 대부분은 아프면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면허증이 없는 약 장사꾼을 찾아 약을 처방받는다고 한다.
북한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C씨는 여기에 입을 보탰다. 그는 주민들이 허가받지 않은 개인에게서 약을 구해 자체로 치료한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낟알을 팔아야 약을 사 먹을 수 있는 것이 농촌 사람들인데 식량 고생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들도 바로 농촌 사람들”이라며 “그러니 농민들은 아파도 약을 사 먹을 수 없어 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앓는 사람들이 많아 도시에 비해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C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농촌에서 태어나 평생 농사일을 하며 살고 있는 가족이 원망스럽다”며 “국경이 막혀 돈을 보내줄 상황도 안 되니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리지 말고 건강히 잘 지내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