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들에 의약품·식품 기부 강요… “마른 나무에서 물 짜낸다”

지원 강제에 당원들 불만 토로…정작 격리자들은 도움 못 받고 의약품·식품 부족에 직면

북한 격리자 채소 지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따뜻이 위해주는 마음들이 아픔을 가셔주고 우리의 생활을 아름답게 해준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힘든 이들을 도와주는 주민들의 미담을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조선노동당 당원들에게 격리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상비약과 식품 헌납을 강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격리자들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여러 지역에서 발열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 격리된 환자들에게 공급할 식량과 약품이 부족한 상태”라면서 “이 때문에 각 지역 당위원회들이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당원들이 앞장서서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약품과 식료품들을 지원하라고 강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의료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후 국경을 봉쇄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북한 당국이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식화하면서 전국 지역별·단위별 봉쇄 조치가 이뤄지면서 의약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 북한은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당원들에게 상비약으로 보관하고 있던 의약품을 헌납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국가 의료체계를 통해 보장, 공급해주지 못하는 의약품을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여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상비약인 ‘1호 약품’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번 사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솔선수범에 당원들도 자발적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고 선전해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처럼 훌륭한 미덕, 미풍이 있어 우리의 힘은 강하다’(25일자 5면), ‘따뜻이 위해주는 마음들이 아픔을 가셔주고 우리의 생활을 아름답게 해준다’(24일자 4면) 제목의 보도를 통해 어려운 이들에게 의약품과 물자, 자금 등을 지원하는 일꾼, 근로자, 주민들의 미담을 소개하며 연일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당원들에게 의약품뿐만 아니라 식품 헌납도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1인당 옥수수 몇 kg, 돈 얼마라고 정하여 주었지만, 지금은 낼 수 있는 것을 다 바치라고 하고 있다”며 “아무리 당원이라고 없는 것을 어떻게 만들어 내라는지. 마른 나무에서 물을 짜내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원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당국은 이런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세외부담을 강요해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렇게 거둬들인 의약품과 식품이 정작 격리자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현실적으로 격리된 사람들은 필요한 해열제도 배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저 소금물 함수(가글)나 하고 있는데 이럴 바에는 집에 가는 편이 났다는 불평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또 평안북도 소식통은 “격리된 가정의 경우 식사 해결은 나라에서 따로 해주는 것이 없다”며 “먹을 것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밤에 몰래 나와 시장에서 채소 팔던 사람 가정집에 가서 사다 먹는데, 이런 행위들이 밤에 많아지니까 보안서나 규찰대가 조직돼서 밤에 총을 들고 사람들 못 다니게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본보는 평양 일부 주민들이 격리 중 식량이나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무단외출을 감행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 이를 단속하고 체포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 격리 끝나면 완치자로…격리 중 탈출·무단외출 시 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