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실린 구해 자체 치료한 여성 사망…의료체계 부실이 낳은 비극

장사꾼에게 약 구해 주사했다가 돌연 사망…소식통 "나라 의료체계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2018 북한 혜산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전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부실한 의료체계에서 허가받지 않은 개인에게 약을 구해 자체적으로 치료한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20일 갑산군 읍의 40대 여성이 자체로 구한 페니실린을 맞고 50분 후 숨을 거뒀다”며 “약물부작용에 의한 사망인지 가짜 약에 의한 사망인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 여성은 지난 10일부터 기침과 목 아픔을 겪었으나 생활난으로 약을 구할 수 없어 꾸역꾸역 버텨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갈수록 증상이 심해졌고, 결국 가을에 낟알로 갚기로 약속하고 개인 약 장사꾼에게 페니실린 2대를 구해 주사를 맞았다가 돌연 숨을 거뒀다는 전언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유열자(발열자)들에 대한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치료법을 소개했다.

해당 기사에서 북한은 “경환자들인 경우 증상에 따라 철저히 의사의 처방하에 약물 선택과 치료를 해야 한다”며 “점액성 가래가 나타나고 백혈구수의 증가와 같은 2차 감염소견이 나타나면 페니실린 200만 단위를, 세균감염증이 심하게 있는 경우 페니실린 300~500만 단위를 하루 3회에 나눠 주사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북한에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진단과 처방은 물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을 수 없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병원에 가도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니 주민들은 대체로 개인 약 장사꾼들에게 아픈 증상을 이야기하고 그들이 처방해주는 약을 구매해 자체로 치료하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국가 의료체계가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사망한 갑산군의 여성 주민도 기침이 심해 페니실린을 맞아야겠다고 자체로 판단하고 비공식적인 경로로 약을 구했다는 전언이다. 국경봉쇄 조치로 의약품 품귀현상이 지속되면서 내부에 가짜 약들이 범람하고 있다는 상황을 알면서도 시중에서 검증되지 않은 페니실린을 구해 맞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결국 이번 사망사고의 원인은 전적으로 나라의 부실한 의료체계 때문”이라면서 “나라의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나라의 의료체계가 제대로 서지 않으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 돌아가고 있다”면서 “이번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사태는 우리나라(북한)의 의료체계가 부실하다는 것이 또 한 번 명백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