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5월이 벌써 중순에 다가왔다. 이즈음 농촌은 한해 농사를 준비하기 바쁜 시기이다. 논을 갈고 물을 대고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북한의 농촌도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북한의 올해 농사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30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황해도 주변 일부지역에서 가뭄현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통신은 기상수문국 통보를 인용해 “5월 상순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강수량이 4~8mm로서 매우 적고 기온이 평년보다 0.5~0.8℃ 높을 뿐 아니라 황해남·북도를 위주로 서해안 중부 이남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들에 비가 거의나 내리지 않아 가뭄현상이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고 전했다.
북한의 지난 4월 한 달간 기온은 평년보다 2.3℃정도 높고 강수량도 평년의 44% 정도였으며 황해남·북도와 함경남도 일부 지역에는 비가 매우 적게 내렸다고 전했다. 북한의 노동신문에 따르면 5월초부터 협동농장에서 가뭄에 대비한 농업용수 확보와 양수기등 장비들을 동원하여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는 북한의 중요한 평야지대로서 쌀생산량의 약 90% 이상을 생산하는 서해안 곡창지대이다. 지난 노동당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나라의 제일 큰 농업도인 황해남도를 중시해야 한다고 하면서 5개년 계획기간에 당적으로 국가적으로 황해남도에 힘을 집중하여 나라의 농업생산에서 기치를 들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연재해인 가뭄과 홍수, 고온에도 농사를 안전하게 지을 수 있게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관개체계를 정비·보강하고 완성 시킬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농업생산인프라는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 능력과 회복력이 매우 미흡하다. 북한은 2021년 자발적 국별 보고에서 2018년 곡물생산량은 약 495만 톤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적었으며, 이런 원인은 자연재해와 복원력 약화, 농자재 부족, 기계화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농업생산량에서 큰 비중을 자치하는 황해도지역에서 가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올해 북한의 농업생산량 전망은 어두울 것이다.
북한은 농업생산성 증대를 위해 4화(수리화, 기계화, 화학화, 전기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 중 수리화는 원활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관개체계 정비, 기계화는 농업의 기계장비 확대·보급이고, 화학화는 비료, 농약 등 증산이며, 전기화는 농업용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 4화는 기술혁명으로 불리며 김일성시기부터 김정은시기까지 추진 중에 있으나 여전히 완성도는 미흡하다.
북한은 농업기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내기를 인력으로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모내기전투’라고 하면서 도시나 농촌 인근지역에서 모내기철에 많은 인력을 농촌에 지원하고 있다. 모내기 시기를 놓치면 한해 농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일리엔케이 5월11일자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모든 기관기업소와 대학교, 초고급중학교들에 5월 중순부터 모내기 전투에 총동원돼야 한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 전인 5월 10일 기사에는 함경남도 당위원회는 모내기 총동원 기간에 방역관리를 엄격히 할 것을 지적하면서 방역일꾼들이 직접 현장에 내려가 주민방역을 챙기도록 지시했다고 전하면서 농촌지원 전투에 동원된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체계적으로 방역 및 예방사업을 할 수 있게 책임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렇듯 북한은 모내기 시기에 많은 인력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여 코로나-19 방역에 철저하게 예방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5월 12일 노동신문은 4월 말부터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으로 전파 확대되어 짧은 기간에 35만여명의 유열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김정은 총비서는 전국의 모든 시군들에서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사업단위, 생산단위, 거주단위별로 격폐조치를 취하는 사업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였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내기를 위한 인력동원에 제한이 생길 것이고, 모내기를 제때에 하지 못하면 올해 식량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북한은 지난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초부터 북중 접경지역을 폐쇄했고,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비료 등 농자재 수입금액이 1/10로 감소되어 농업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5일자 데일리엔케이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사태로 국경이 봉쇄된 이래 최악의 춘궁기를 보내고 있다고 하면서 곡물 가격도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식량난이 가중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세계식량기구(FAO)에 의하면 북한 인구의 60%가 취약계층으로 영양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발표했고, 매년 북한을 식량부족국가로 지정했다. 북한 주민들의 영양부족으로 면역체계가 약한 상태에서 코로나-19의 감염속도는 빠르게 전파될 수 있고,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수 있다. 작년까지도 북한의 식량난은 대북제재, 코로나-19, 가뭄과 홍수인 자연재해로 3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그나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작년과 비교할 때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는 식량안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한반도는 하나의 생명공동체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민위천과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주민들의 식량난이 심각해지기 전에 국제사회의 긴급구호와 보건의료를 요청해야 한다. 남한도 북한의 코로나 상황을 관망할 것이 아니라 먼저 적극적인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비정치적부문인 농업을 발판으로 겨울에 갇혀있는 남북관계를 따뜻한 봄날로 만들어야 한다.
※본 고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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