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농철 농기계 사고 빈번… “지난달 황해북도서 50여명 사망”

열악한 도로 사정, 노후 타이어 파손, 영양결핍·피로 누적으로 인한 운전자 부주의가 주요 원인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최대 비상방역체계의 요구에 맞게 더욱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로 모내기를 제철에 와닥닥 끝내자’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영농철을 맞아 주민들을 총동원하는 가운데 농기계 이상으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뜨락또르(트랙터) 사고로 숨진 사람이 도(道)적으로 50여 명이나 된다”며 “농민 안전에 주의(경고)등이 커졌지만, 당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해북도 내에서 트랙터 사고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것에 미뤄볼 때 상해를 입은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통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도로 기반이 열악하다는 점”이라며 “이곳을 낡은 타이어를 장착한 트랙터로 작업하다가 바퀴가 터지면서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낡거나 사용 연한이 지난 타이어는 파손, 손상, 변형, 찢어짐 등의 원인으로 파열될 우려가 있다. 타이어가 파열되면 파편이 주변으로 튀어 주위에 있던 사람도 피해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 봉쇄 후 원자재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이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역시 잘 수급되지 않고 있어 타이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여기에 더해 중고 타이어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열악한 도로 사정과 좋지 못한 타이어 품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고와 인명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북한 전역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농기계 운전자들의 건강이 좋지 못한 점도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식통은 “(농기계) 운전자들의 영양부족도 문제”라며 “겨우내 제대로 먹지 못해 원체 약한 데다가 봄에 춘곤증으로 몸이 나른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져 일어나는 사고도 태반”이라고 전했다.

몸이 허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작업하다 운전 또는 조작 실수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운전자의 부주의로 전복되거나 전도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1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식량안보와 영양’보고서를 통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 주민의 42.2%가 영양 결핍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진행된 당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모든 농장에서 정보당 1t 이상 알곡을 증수(增收)할 것을 과업으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영농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적은 수의 농기계 운전자들이 최대한 여러 곳에서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영양부족 상태에서 과로에 시달리는 농기계 운전자들의 피로 누적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 당국이 농업 생산성을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성과를 촉구하고 있는 실정에서 현장에 내몰린 이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