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인력 동원 비상… “지원 있지만 필요 인력의 10%도 안 돼”

불참시 처벌 받음에도 경제난·생계난에 동원 기피…소식통 "먹고사는 것 해결 안되면 문제 계속될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1일 “이 땅에는 수백, 수천가 지의 직업과 직종이 있고 그들이 하는 일도 각각이지만 노동의 목적과 지향은 조국의 부강번영과 잇닿아 있다”며 “매 사람들이 당이 맡겨준 초소와 일터에서 공민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농장들이 자재, 농기계 부족에 더해 인력 동원까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모내기 준비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전언이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일반적으로 3~4월에는 작업이 집중되기 시작하고 5월 초에는 본격적으로 일이 많아진다”며 “그런데 올해는 초장부터 거의 모든 협동농장에서 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3월에 벼 냉상모판 파종이 마무리된 후 옥수수와 밀·보리 파종, 벼 육묘, 감자 심기, 각종 채소심기 등 작업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에서는 농번기가 시작되면 학생부터 군인, 사무원 등 대다수 주민이 본업을 중단하고 농촌에 나가 농사일을 돕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모든 농장에서 정보당 1t 이상 알곡을 증수(增收)할 것을 과업으로 제시한 만큼 올해는 동원의 강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앞서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힘을 집중할 것을 강조하고 이와 관련한 별도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전원회의서 ‘농업도’ 황해남도 강조한 北…이후 내려진 지시는?)

이 때문에 황해남도 지역에서 일손 부족으로 농사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상황이다.

소식통은 “일부 지역에서 노동자, 사무원, 가두여맹, 학생 등 도시 사람들의 노력 지원이 진행되지만, 이마저도 현장 체감도는 높지 않다”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의 10%도 안 될 것이라는 게 농장 관계자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 당장도 문제지만 앞으로 모내기가 집중되는 시기, 인력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접어들면 상황이 더 악화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현재 출근율 조사와 학생지원 노력 우선 파견 등 지역인민위원회 농촌경영위원회가 뛰고 있으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경제난으로 인한 생계 문제가 심각해져 주민들이 동원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제대로 먹지 못해 아픈 사람이 꽤 늘었고 당장 먹을 것을 구해야 하는 형편 때문에 동원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서 “처벌받아도 동원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니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동원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어 농사에 차질을 빚을 경우 올가을 수확량에도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해남도 지역은 인력난뿐만 아니라 각종 자재와 농기계가 부족한 현상도 발생하고 있어 생산량 증대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보는 황해남도 지역에서 농약, 비료, 농기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과학 농사, 농업 생산성 증대라는 구호만 외치고 있어 주민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농약·비료·기계 없는 과학농사는 말뿐”…답답함 토로하는 농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