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서 ‘농업도’ 황해남도 강조한 北…이후 내려진 지시는?

농기계작업소 활성화 등 지시…황해남도 중시 정책에 농장 간부들은 '울상', 농장원들은 '환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황해남도에서 올해 농사계획을 ‘방법론 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 신문은 해당 사진 속에 담긴 지도를 볼 수 없도록 모자이크 처리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해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주요 과업인 농업 생산과 관련해 특별히 황해남도에 힘을 집중할 것을 강조한 이후 이와 관련한 별도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은 11일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해 황해남도에 몇 가지 지시가 내려졌고 지금 중앙당 집중지도소조 10명이 황해남도당에 내려와 이 지시가 집행될 수 있도록 지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전원회의 이후 황해남도에는 ▲농기계작업소 활성화 ▲농업과학원 분원 설치 ▲기본생산단위(협동농장) 책임일꾼 간부사업 등의 지시가 내려졌다.

실제 북한은 전국의 기계공장과 기업소들로부터 인력과 설비를 지원받아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황해남도 농기계작업소들의 역할을 높이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도시가 농촌을, 공업이 농업을 찾아가 집중 도와주라는 것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제기된 기본 사상”이라며 “농기계작업소들이 직접 농기계와 부속품을 생산해낼 수 있게 하는 이 사업을 올해 시범적으로 황해남도에서 진행해 12월에 총화 짓고 전국에 일반화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지력을 강화하고 종자를 개량하는 등 농업 생산에 이바지할 과학농사 실현을 위해 이달 말까지 황해남도 내에 10여 개의 농업과학원 분원을 차리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또 북한은 경험주의에만 매달리고 있는 협동농장의 책임자들을 실무에 밝고 실력 있는 이들로 교체하라고 지시해 현재 농장 관리위원장, 기사장, 작업반장, 리당비서 등에 대한 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황해남도의 농장 간부들은 ‘이번에 시범도(道)로 되면서 그동안 편하게 해 먹다가 검토 대상이 돼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토로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소식통은 “농장 간부들은 지금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식 사회주의농촌테제를 관철하기 위한 고난의 첫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황해남도 농장원들은 당국의 황해남도 중시 정책을 상당히 반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국가가 황해남도 농장들을 1순위 공급 대상으로 정해 영농자재, 비료 등을 다 보장해주겠다는 입장이니 농장원들은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면서 좋아하고 있다”며 “전국의 농장들이 마라손(마라톤) 출발선에 서 있다면 가장 좋은 조건에서 뛰게 되니 결과도 좋게 나올 것이라면서 이번 농사를 열심히 짓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농장원들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협동농장이 국가에 상환하지 못한 자금을 모두 면제해주는 특혜 조치가 선포된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원들은 봄에 영농물자를 빌려 쓴 비용을 가을에 수확한 작물로 치르면 남는 게 없어 한해 농사를 짓고도 빚더미에 앉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국가에서 이를 모두 탕감해주니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편에서는 자금 면제 조치도 중요하지만, 수매가격을 현실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농장원들은 국정가격으로 수매가 진행되면 또 엄청난 빚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