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비료·기계 없는 과학농사는 말뿐”…답답함 토로하는 농민들

北, 과학농사 강조하면서 지원은 없어…소식통 "기술 없어서가 아니라 자원 없어 못해"

북한 벼 모판 씨뿌리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각지 농업부문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당면한 벼 모판 씨뿌리기에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경험기반이 아닌 과학농사를 통해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지원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장에서는 과학농사가 실효성 없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과학적으로 농사를 하려면 거기에 필요한 농약, 비료가 있어야 하고 농기계도 사용해야 한다”며 “그런 것들이 없는 상황에서 과학농사는 말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농업 부문에 과학기술을 적용한 선진영농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과학농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과학농사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북한은 요소 부족으로 인해 비료가 부족한 실정이며 수리 부속이 없어 농기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요소 공급 없이 비료 생산만 다그치는 北…현장서는 불만 토로)

소식통은 “당국은 제대로 된 지원 없이 자력으로 해결하라는 말뿐”이라며 “농기계는 사람과 소가 대신하고, 비료는 자급비료, 미생물비료, 흙보산비료, 물은 사람이 동원되어 뿌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품종이나 파종법 등에 대한 개발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과학농사라는 말조차 무색하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소식통은 ”재해를 잘 견디는 품종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전혀 보급되지 않고 있다”며 “농장에서는 30년 이상 된 오랜 품종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력갱생 농업 기조에 맞춰 ‘두벌농사'(이모작) 방식과 현지 기후풍토에 적합한 우량종자들을 육종·개량해 모든 농장에 공급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선전도 공염불에 그치는 모습이다.

소식통은 “냉상모는 이전의 육묘 방식이고 강냉이 파종도 그냥 호미로 땅에 하고 있다”며 “특별히 과학적이거나 새로운 파종법도 전혀 보급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여전히 일선에서는 1980년대 이전에 나온 주체농법 강습자료가 적용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진행된 당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모든 농장에서 정보당 1t 이상 알곡을 증수(增收)할 것을 과업으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학농사와 영농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영농기계화에 이어 과학농사마저 요원한 상태라 올해 북한이 제시한 목표 생산량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북한 ‘영농 기계화’로 식량 증산에 사활 걸지만 현실은 ‘갑갑’)

한편, 북한 당국이 자랑하는 원격 교육지원을 통한 영농기술지원 사업도 실제 농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영농기술문답은 사실 쓸모가 없다”며 “농민들이 기술이 없거나 모르는 게 아니라 자원이 없어서 못 하는 형편이니 말뿐인 과학농사보다는 비닐박막이나 비료, 농약, 농기계 부품, 연유(기름)를 공급해주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