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농 기계화’로 식량 증산에 사활 걸지만 현실은 ‘갑갑’

국경 봉쇄로 부속품 수입도 어렵고 국산화도 안 돼…당국은 '자력갱생'만 강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자강도에서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을 높이기 위해 소형 벼수확기, 수동식 모내는 기계를 비롯한 여러 가지 농기계 생산을 다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영농 기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당위원회에서 농업생산 부문에 대한 중앙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1분기 총화(평가)를 진행했다”며 “이 자리에서 논, 밭갈이를 위한 트랙터 가동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에 진행된 당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모든 농장에서 정보당 1t 이상 알곡을 증수(增收)할 것을 과업으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영농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0일 ‘현대적인 농기계들을 많이 만들어 농촌에 보내주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품이 많이 드는 영농 작업부터 기계화하며 대형 농기계와 중소형 농기계, 현대적인 농기계와 간단한 수동식 농기계를 결합하는 방법으로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을 계속 높여나간다면 농업을 확고한 상승 단계에 올려세우는 데서 실질적인 전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농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논, 밭갈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소식통은 “도 농촌경리위원회가 총화에서 논, 밭갈이에 필요한 연유(기름)와 타이어를 비롯한 부품 부족량을 제시했다”면서 “그러나 당위원회는 특별한 해결책은 없고 그냥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무조건 집행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연료 부족과 기계 수리용 부속품 부족으로 농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은 북한에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농의지를 다지기 위한 농기계 출범식에서 트랙터가 엔진 고장으로 움직이지 않거나 다른 농장의 농기계 부속품을 훔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북한 당국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자력갱생만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지난겨울에 이런 물자들이 다 보장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여기에 타이어나, 축받이(베어링) 같은 수입 물자들은 코로나 봉쇄로 시장에서 돈 주고 사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도안의 농기계 작업소들에는 내부 예비를 적극적으로 동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면서 “그러나 이제 돈주들도 농업 부문에 절대로 융자하지 않아 돈을 꾸기도 힘들고 설사 자금이 마련되더라도 필요한 부품 자체가 없어 고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원료와 자재, 특히 강종(鋼種) 기계 부속품들의 국산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몇 년째 농기계에 필요한 부속품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여파로 수입산 부품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렇듯 농장들이 농기계를 정상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올해 농업 생산성 증대 목표 달성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