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방역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대내외 행사에서는 ‘노마스크’ 장면을 연출하는 등 일관성 없는 방역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위기의식을 가지고 방역규율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자’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세계적인 보건위기 상황을 똑바로 의식하고 방역규율을 더욱 철저히 준수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염력과 왁찐(백신) 회피능력이 강한 ‘스텔스 o변이 비루스’(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가 전염병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백신 미도입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방역 경각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실제로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방역 정책의 강도를 이달 초부터 한층 강화한 모습이다.
19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각 지역마다 설치돼 있는 방역 초소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검역의 도수를 높이라는 내용의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로 인해 지역 간 이동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경계 태세가 강화되면서 이동증 발급이 제한되는 등 이동 통제가 심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올해는 통행 자체를 검열하는 보안성 초소가 아니라 코로나 방역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방역 초소에 단속 강화 지시가 하달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달 들어서는 평양 출입 허가서가 거의 발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보통 공무이거나 경조사 목적의 이동일 경우 뇌물을 주면 평양 출입을 위한 승인번호을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뇌물이 통하지 않는다”며 “증이 있어도 방역초소를 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역 초소에 검열 인원이 대폭 증가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만큼 방역 초소 통과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파라티푸스가 유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방역 강도가 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인성 질환인 파라티푸스는 오염된 상·하수도 시설을 통해 전염되며 고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파라티푸스는 호흡기 전염병은 아니지만 코로나19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방역의 강도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내부적으로 방역을 내세운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최근 북한은 ‘노마스크’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면서 방역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월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에서 참가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회의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 노동신문 등 대내외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하는 회의는 노마스크 행사로 진행되곤 했지만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은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또 지난달 진행된 당 제1차 선전부문일꾼 강습회에서도 참가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거리두기도 하지 않은 채 바짝 붙어있는 모습이 확인된 바 있다.
북한은 올해 초 ‘통제 위주의 방역에서 선진·인민적 방역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히며 주민들의 이동 통제를 다소 완화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북한 내부에서도 코로나 증상과 유사한 감염 질환이 유행하고 있어 다시 통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