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보석된 60대 남성, 제 발로 노동단련대 다시 찾아가…무슨 일?

함경북도 국경지대 살립집들.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에서 노동단련대 수감 중 건강상의 문제로 병보석된 60대 남성이 집에서 쫓겨나 다시 제 발로 노동단련대를 찾아가는 사건이 벌어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에서 노동단련대 생활을 하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집으로 돌려보내진 60대 최모 씨가 아내와 딸에게서 쫓겨나 오갈 데가 없게 되자 다시 그 힘든 노동단련대를 찾아가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 씨는 아내를 잃고 혼자 살다가 지난해 4월 지인의 소개로 스무 살 딸이 있는 여성을 만나 새 가정을 꾸렸다.

그에게는 사별한 아내와의 사이에도 딸이 하나 있는데,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이 딸이 지난 1월 보내온 돈을 전달받았다가 보위부에 걸려 6개월 노동단련형을 선고받고 단련대에 수감됐다.

평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최 씨는 노동 강도가 특히 센 것으로 알려진 단련대 생활을 시작하고부터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28일 단련대 내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됐다가 현장에서 쓰러져 회령시 인민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무상치료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북한에서 최 씨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의약품이나 매끼 식사 보장은 노동단련대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단련형을 선고받아 온 주민들의 사상개조를 전담하는 노동단련대가 수감자들의 병 치료와 식사까지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회령시 노동단련대 대장은 최 씨를 병보석하기로 하고 지난 10일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재혼한 최 씨의 처와 딸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 모녀는 ‘(한국에 있는) 딸에게 전화해서 돈을 받은 후에 와라. 당장 입에 들어갈 쌀이 없는데 우리가 어떻게 당신을 먹여 살리겠느냐’며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걷기조차 힘겨워하는 최 씨를 문전 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결국 최 씨는 시 노동단련대로 발길을 돌려 자신의 사정을 단련대장에게 설명했다”며 “이에 단련대장은 당분간 최 씨를 단련대에 머물게 하는 한편, 병 상태가 위급한 만큼 현재는 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사는 게 얼마나 힘들면 단련대에서 돌아온 남편을 쫓아내고 또 쫓겨난 사람은 사람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단련대를 다시 찾아갔겠느냐”면서 “이런데도 정부는 주민들에게 충성과 행복을 노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