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김정은 인민혁명군 90주년 연설 관전 포인트 3가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항일빨치산’인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열병식에 하얀색 원수복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역대 최고 무력시위 열병식: 대원수 계급장을 단 김정은

4월 25일은 북한의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이다. 처음에는 조선인민군이 창건된 1948년 2월 8일로 지켰는데, 1978년 2월, 조선인민군이 김일성이 항일빨치산 당시 조직했다는 조선인민혁명군을 계승했다고 내세우면서 기념일을 조선인민군혁명군 창립일인 4월 25일로 바꾸었다(1932년 김일성이 만주 안도현에서 15명 남짓 별동대를 조직한 것은 맞지만 이후 중국공산당 산하 ‘동북인민혁명군’(동북항일연군 전신)에 편입되었었다).

북한은 시기뿐만 아니라 명칭도 바꿔 ‘조선인민군 창건일’이 아니라 ‘조선인민혁명군창건일’이라고 불렀다. 26일자, 27일자 노동신문 기사에서 단 한군데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표기한 곳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은 또한, 1996년 4월 23일 중앙인민위원회(현 국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 날을 국가적 명절로 격상시켜 군인들뿐만 아니라 인민대중들에게도 25일, 26일 양 이틀간 쉬는 날이 되었다.

올해는 군 창건 90주년이라 경축식이 25일 저녁 김일성광장에서 역대 규모로 140분 동안 성대히 거행되었다. 인민군들이 ‘김정은 결사옹위’라는 구호의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열병식에서는 극초음속 미사일, SLBM(잠수발사탄도미사일)과 <화성-17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등장했다. 특이점은 김정은이 흰색 군복에 대원수 계급장을 달고 등장한 것이다. 김정은은 현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직책을 겸하고 있지만 그의 군 계급은 ‘원수’이다. 대원수는 김일성과 김정일만 해당되며 김정일도 생전에는 원수 계급이었다가 사후 대원수로 추대된 것이다. 이미 수령의 지위를 확보한 김정은이 대원수가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김정은의 경축연설 관전 포인트 세 가지

열병식 전에 김정은이 경축연설(약 16분)을 했는데, 김정은의 육성 연설을 국내 메스컴들도 보도했고 북한 노동신문은 26일에 김정은 연설 전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 연설 내용을 보면 크게 세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핵무력’ ‘전쟁’ 용어 거침없이 사용: 공세적 수위 가장 높음

첫째, 김정은이 ‘핵’, ‘핵무력’, ‘핵전투’등 핵관련 발언을 7차례나 언급했다고 ‘전쟁’ 용어도 거침없이 내뱉었다는 것이다. ‘핵무력’ 용어는 5번을 사용했다. 지금까지의 어떤 연설보다도 그 발언 수위가 매우 높았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연설에서는 ‘핵무력’이라는 용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다만,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으로 증강”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하며 수위조절을 했는데, 이번에는 매우 고압적이고 저돌적이고 공세적이었다.

“특히 국력의 상징이자 우리 군사력의 기본을 이루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여 임의의 전쟁상황에서 각이한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능력을 발휘할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또한, 김정은은 러시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3차대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혼란한 국제정세를 틈타 더욱 핵무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냈으며 불안한 국제정세를 빌미로 핵무력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는 격변하는 정치군사정세와 앞으로의 온갖 위기에 대비하여 우리가 억척같이 걸어온 자위적이며 현대적인 무력건설의 길로 더 빨리, 더 줄기차게 나갈것이며 특히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입니다.”

김정은은 이번 연설에서 작심하듯 ‘전쟁’이라는 용어도 거침없이 사용했는데,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여 임의의 전쟁상황에서…” 등 무려 5차례나 된다. 그리고 김정은은 연설 말미에 한껏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금 우리 무력은 그 어떤 싸움에도 자신있게 준비되여있습니다.”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입니다.”

푸틴이 마음만 먹으면 핵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엄포하면서 핵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북한도 법적으로 김정은이 작심만 하면 언제든지 핵 단추를 누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27일자 노동신문에 김정은의 경축연설에 관련된 <정론>이 실렸는데, 여기서는 핵무력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기술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열병식에서 그렇게 고강도로 발언을 했는데, 정론에서는 그 수위를 조절정도가 아니라 확 낮추어버렸다. 물론, 핵무력에 관련해서 기술했지만 ‘평화수호의 보검들’이라고 애둘러 표기했다. 이전 같으면 김정은보다 더 많이 사용하며 더 높은 수위로 선전했을 텐데 말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전날 열병식을 성대히 거행했다면서 다양한 무기 체계를 공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도 등장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오직 미국을 주적의 대상으로 강력 제시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일제에 대항하여 조직된 조선인민군혁명군 창건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김정은 연설에서 반일, 항일투쟁이라는 용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고 대신해서, ‘반제결사항전’, ‘반제대결전’이라는 용어들만 계속해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김정은이 미국을 주적으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에 반해 27일자 <정론>은 ‘일제’, ‘항일’이라는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투쟁대상이 반일에서 반미로 자연스럽게 이동된다. 김정은도 충분히 이런 방식으로 연설할 수 있음에도 인민군대의 적개심의 대상, 그 타겟을 미국으로 분명하게 설정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27일자 <정론>에서는 김정은의 핵무력 강화 및 항미에 대한 연설 내용에 대해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각 분야의 인민들, 일군(일꾼)들의 김정은 연설 내용에 대한 화답 및 소감, 감상을 그대로 옮겨오기도 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교수 박사 김려숙선생은 힘과 힘이 치렬하게 격돌하는 현 세계에서 국가의 존엄과 국권 그리고 믿을수 있는 진정한 평화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에 의하여 담보된다고,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한다고 하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말씀에는 참으로 깊은 뜻이 담겨져있다, 그 어떤 적대세력도 감히 우리가 사는 이 땅을 넘보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이 바로 그 말씀의 참뜻을 증명해준다고 흥분된 심정을 토로하였다.”

“세계가 본 적 없는 강군의 모습이 여기에 있고 공화국의 건국이래 일찌기 가져보지 못한 강국의 힘이 여기에 응축되여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최신장비로 무장한 저 끌끌한 일당백의 용사들이 다름아닌 우리의 아들딸들이라는 생각으로 뿌듯한 마음 금할수 없었다는 강남군 영진협동농장 농장원 김금옥동무, 거대한 웅자를 자랑하며 용용히 나아가는 초강력의 절대병기들을 다름아닌 우리의 기술, 우리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황해제철련합기업소 용광로직장 로장 차광혁동무의 목소리를 듣느라면 열병광장의 거세찬 숨결이 생생히 어려오고 그 어떤 원쑤의 위협공갈도 확고히 억제하고 통제할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추어주신 불세출의 위인에 대한 고마움의 정이 가슴가득 차오른다.”

“우리 혁명무력건설의 총로선은 인민군대를 백전백승하는 군대로 만드는것이라고 하시며 백전백승하는 군대, 이것이 우리 인민군대의 영원한 이름, 혁명적무장력만이 지닌 고귀한 명예로 빛나야 한다고 하시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영상을 우러르며 그이께서 헤쳐오신 수천수만리 전선길, 화선길을 눈물겹게 돌이켜보았다면서 김철하 흥남비료련합기업소 지배인은 자기의 격동된 심정을 이렇게 토로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김정은의 핵무력 강화에 대해 북한 전체인민들이 환호하고 지지한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함이다.

김정은 혁명사상으로 강력무장화 하달: 김정은 ‘결사옹위’가 곧 ‘조국수호’

세 번째 관전포인트는 김정은은 연설에서 자신의 혁명사상으로 인민군대가 더욱 무장할 것에 대해 강력한 지침을 내렸다.

“사상과 신념의 강군육성을 최우선순위에 놓고 모든 장병들을 오직 당중앙의 혁명사상과 의지대로만 싸우며 투철한 계급의식과 불굴의 전투정신을 체질화하고 당중앙이 정한 과녁의 중심에서 단 한치의 편차도, 단 한번의 불발도 모르는 사상적근위병으로 준비시켜야 합니다.”

위 문장에서 ‘당중앙’은 김정은을, ‘당중앙의 혁명사상’은 김정은 혁명사상을 가리킨다. 지난 달, 3월 28일부터 당중앙위 제1차 당선전부문일군강습회가 진행되었는데 그때 구호가 ‘전 당과 온 사회를 당중앙의 혁명사상으로 일색화하자’였다. 당시, 리일환 당중앙위 비서의 보고내용에서 당중앙 혁명사상이 김정은의 혁명사상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27일자 <정론>도 김정은 혁명사상 관철 및 무장화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정론에서는 아래 문장처럼 김정은 혁명사상을 ‘원수님의 위대한 사상’, ‘총비서동지의 위대한 사상’으로 표기했다.

“우리의 진정한 힘, 제일 강대한 힘은 경애하는 원수님의 위대한 사상과 령도라고 생각합니 다.”

“나라와 민족의 강대성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령토의 크기나 인구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령 도자의 위대성, 지도사상의 위대성에 의하여 결정된다.”

“세월이 가고 세대가 바뀌여도 잊을수 없는 그 열병광장들은 조국과 인민의 존엄과 행복, 미래를 위하여 자주의 길, 사회주의한길로 당과 혁명을 드팀없이 이끌어오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위대한 사상과 령도가 안아온 승리의 경축광장이였다.”

그러면서, <정론>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끝낸다.

“반만년민족사에 가장 존엄높은 강국의 시대,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를 열어놓으신 정의와 평화의 수호자, 만고절세의 영웅 위대한 김정은동지 만세!”

“강대한 우리 조국에 영광이 있으라!”

여기에서 ‘우리 조국’이 곧 ‘김정은’과 동일시된다는 사실이다. <정론>이 앞서 밝힌 것처럼 국력은 곧 영도자의 위대성과 힘에서 나온다고 한 만큼, 김정은이 건재해야 조국도 부강해질 수 있다는 논리이다. 여기서 ‘김정은 결상옹위’가 곧 ‘조국수호’라는 등치가 성립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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