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소 직원 3명, 비사회주의로 체포…가족들 “제발 정치범만 아니길”

태양절 전날 몰래 전자기기 수리하다 비사회주의 그루빠에 걸려…무거운 처벌 예상돼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의 한 건물 앞에 주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전자기기를 몰래 수리하던 평안남도 덕천시의 한 봉사소 직원 3명이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비사회주의 그루빠에 걸려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28일 “덕천에 사는 전자기기 수리 및 판매 봉사소 직원 3명은 태양절 명절 전야까지 봉사소 안에서 주민들이 주문한 여러 기기를 수리하거나 프로그램을 깔아주는 일을 하다가 밤중에 들이닥친 비사회주의 그루빠에 걸려들어 시 안전부 구류장에 끌려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태양절 전날 모든 주민이 빨리 퇴근하고 명절 당일에 있을 국가적 정치 행사들을 잘 보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조직적으로 강조해 비사회주의 그루빠도 전날 저녁 경각심을 가지고 시내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비사회주의 그루빠는 주민들이 모두 퇴근한 시각 조용한 시내의 한 건물에서 커튼 사이 틈으로 새어 나오는 작은 불빛을 보고는 수상함을 느껴 급히 현장을 들이닥쳤다.

간판을 보고 이곳이 전자기기 봉사소라는 점을 확인한 비사회주의 그루빠는 봉사소 직원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으며, 모두 꼼짝 못 하게 한 뒤 봉사소 안을 뒤지다가 여러 문제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이들은 봉사소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가 국가검열 연한이 훨씬 지났음에도 재등록하지 않고 있다는 것과 봉사소 안에서 발견된 수십 여대의 외국산 전자기기들에 한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라디오 기능이 내장돼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에 비사회주의 그루빠는 일단 봉사소를 봉쇄하고 현장에 있던 직원 3명을 전부 체포해 시 안전부 구류장에 각기 따로 가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까지의 조사 과정에서는 이 봉사소 직원들이 지난해 남포항을 통해 국가무역을 하는 지인에게 부탁해 외국산 전자기기를 다량으로 끌어들여 주민들에게 판매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북한이 ‘우리식 생활문화 양식에 맞지 않는다’며 금지하고 있는 외국산 풍경화 등 미술품을 몰래 배포, 판매해온 것으로도 드러났다.

소식통은 “이들은 최근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해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거운 죄질로 정치범으로까지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가족들은 부들부들 떨며 제발 정치범으로는 몰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붙잡힌 봉사소 직원들의 가족들은 가택수색으로 내화, 외화를 비롯해 모든 것을 압수당해 당장 생계가 끊길 정도로 난처한 상태지만, 상황이 역전돼 붙잡힌 이들이 정치범이 아닌 경제범으로 처벌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무역국 간부로 있는 이들의 지인까지도 외국산 전자기기를 넘겨준 것으로 걸려들어 문제시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현재 붙잡힌 이들은 평시 돈을 받지 않고 기기를 수리해준 것도 많아 인심이 있고, 주민들과 관계도 잘 유지해 온 것으로 모두의 동정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