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철에 일할 사람이 없다…식량난에 협동농장 출근율 ‘뚝’

“뼈 빠지게 수확한 곡물 군량미로 다 바쳐”…북한 시장 곡물가격은 지속 상승세

2018년 10월경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의 모습. 농민이 곡물 등 농산물을 팔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북한 곡물 가격 상승세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민들의 식량난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2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협동농장에 소속된 농민들의 출근율이 약 50% 내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평안남도는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협동농장의 출근율을 조사했는데, 그중 문덕군 내 협동농장의 출근율은 57%로 농민들의 출근 일수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농장에 출근하지 않은 농민 대다수가 절량농가(絶糧農家)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굶주린 탓에 기운이 없어 농장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평안남도 내 자체 조사에 의하면 올가을 추수기까지 버틸만한 식량을 저장해둔 농가는 전체의 30%도 안 된다”고 전했다.

곡창지대의 일부 협동농장들은 지난해 소출로 올해 추수 때까지 버틸만한 식량을 마련해두었지만, 대부분의 협동농장은 지난해 생산량이 적었던데다 군량미 또는 기타 세금 명목으로 국가에 납부한 곡물량이 많아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마련해둔 식량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한해 뼈 빠지게 농사를 지었는데 수확한 곡물로 밥 한번 배불리 먹지 못하고 군량미로 다 바치고 있다”며 “농장에 출근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한탄했다.

앞서 본지는 북한의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절량세대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현재 농촌 세대의 경우 평균 10~20%는 곡기가 아예 끊겼고 40~70%는 하루 한 끼를 겨우 때울 정도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식량난 심화하며 ‘절량세대’ 증가…주민들 “남조선 식량원조를…”)

이런 가운데 북한 시장에서의 곡물 가격도 내려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북한 시장에서 쌀 1kg은 평양 5120원, 신의주 5300원, 혜산 54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부터 5000원대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쌀보다 가격이 저렴해 저소득층의 수요가 많았던 옥수수(강냉이) 가격도 연일 상승세다. 17일 기준 강냉이 1kg은 평양 2800원, 신의주 2770원, 혜산 2840원에 거래됐다.

북한 당국이 옥수수 대신 밀 재배를 확대하는 농업 정책을 내놓으면서 옥수수 가격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옥수수 가격이 지속 상승하면 저소득층의 식비 부담도 가중될 가능성이 커 밀 재배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