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3人의 경제난 호소… “산속서 죽은 일가족 지속 발견돼”

내부 경제난·식량난 심각한데 당국은 '자력갱생'만 강조…주민들 "이제 가망 없다" 비관

북한 양강도 혜산시 근처에서 폐품을 줍고 있는 꽃제비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먹을 것 좀 도와주세요.”

최근 들어 북한 주요 도시에서도 아사(餓死)자가 발생하는 등 주민들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2년 초 공개 연설에서 핵무장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포부를 내걸었으나 수년간 국제 제재가 이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겹쳐 극심한 경제난에 처했다는 것이다.

사실 집권 초기만 해도 긍정적 요소가 더 부각됐었다. 김 위원장이 시장 경제적 요소를 담은 정책을 중시하기도 했고, 시장도 꾸준히 늘어 북한 경제는 성장을 이어갔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이에 주민들의 구매력도 지속 상승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다만 잇따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경제 상황은 조금씩 악화됐고, 코로나19 사태로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동량이 줄어들어 시장화도, 국산화 정책도 타격을 받았다. 원자재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공장기업소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노동자 월급은 자연스럽게 줄게 됐다. 연쇄적으로 생계가 곤란해진 주민들도 늘어났다.

특히 북한식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공식 무역은 물론 기업이나 개인들의 밀수는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물론 북한 정부의 승인을 거친 ‘국가밀수’는 남포항을 통해 이뤄졌지만, 대다수가 평양 혹은 특권층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1월 중순부터 북중 간 화물열차로 각종 물품과 식량을 들여오고 있으나 이 또한 일반 주민들을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반 주민들을 위한 물품 및 식량 공급은 국가의 무관심 속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데일리NK는 현재 북한에서 살고 있는 일반 주민 3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북한의 경제 상황을 짚어봤다.

“굴뚝에서 연기 안 나오는 집 늘어…산속에서 죽은 일가족 발견되기도”

본보가 접촉한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의 리모(50대) 씨, 양강도 보천군의 박모(30대) 씨, 자강도 자성군의 김모(40대) 씨는 “국경이 닫히고 하루 벌어 하루 살던 사람들이 이제는 못 버티고 하나둘 죽어 나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리 씨는 이웃 가족이 변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먹을 것 좀 도와달라’며 낟알을 꾸러 다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살림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자성군에서는 40여 명, 화평군에서는 10여 명이 굶어죽었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석 달(1~3월)간 집계된 수치인데 김 씨는 이를 우연히 들었다고 했다.

박 씨가 전한 내부 상황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작년 11월부터 여러 마을에서 슬슬 없어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입을 뗐다. 이어 박 씨는 “인민반에서 행불(행방불명)을 신고해도 안전부에서는 못 찾았는데 몇 달 전부터 산전(山田) 막 안에서 죽은 가족이 지속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비극은 안전부가 주민들로 꾸려진 적위대·보위대 등을 동원해 함께 수색에 나서면서 드러났다고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 ‘(깊은 산속) 반토굴에서 시체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것이다.

양강도 혜산의 어느 거리에 꽃제비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력생생만 강조…태양절(4·15) 전후 사건·사고 발생하면 안 된다는 판단”

이 같은 상황에 북한 당국은 어떠한 대책을 내놓고 있을까. 일단 3명의 주민들은 아사자 문제에 대해서도 ‘자력갱생’이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 씨는 “4채당 1명, 하모니카 사택(북한 특유의 다세대 주택)에서 1명을 두고 아침 점검을 시킨다”고 했다. 책임자 1명이 여러 세대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뜻이다.

양강도 보천군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박 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보위부·안전부에서 ‘서로 아침마다 굴뚝에 연기가 안 나오는지 살피고, 아니면 문을 두드려 보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이야기를 지속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당국은 아사자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방치에 심지어는 주민들이 스스로 방법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리 씨는 “사람이 죽었는데 위에서는 그냥 아무런 말도 없다. 그래서 인민반에서 그냥 산에 가서 시체를 묻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당국은 정치적 선전에 더 주력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꼬집고 있다. 먼저 박 씨는 “안전부에서는 ‘수령님(김일성) 탄생 110돐(돌)에 사람이 죽어나가면 되겠느냐’, ‘행불자나 아사자가 없게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리 씨 역시 “군당, 인민위원회 태양절 상무 분과가 군을 돌면서 ‘굶는 세대 장악하라’, ‘태양절 맞으면서 불행사 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조용히 죽어가고 있어…‘살 가망 없다’ 비관적 전망 팽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며칠 전 중강에서 어느 남자가 아사했는데, ‘고등어 한 마리와 북청 사과 한 알 먹을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유서를 남겼다는 일이 삽시간에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힘든 사람들끼리는 ‘자식에게 강냉이 밥에 된장이라도 세끼 먹일 수 있다면 죽어도 눈을 감겠다’고들 하고 있다”면서 “국경 봉쇄 후 2년을 버티던 주민들이 이렇게 조용히 여기저기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도 “시장에 어느 순간 꽃제비가 늘어 규찰대가 다 쫓아 보냈는데 지금 그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겠는가”면서 “국경봉쇄도 모자라 밀수도 금지되니 ‘우리는 이제 가망이 없다’고 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