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Out NK] 북한 ICBM 발사의 두 가지 관전 포인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에 따라 전날인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연초부터 연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여 정세를 긴장시켜 온 북한이 급기야 3월 24일 김정은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북한 주장)’을 발사했다. 이번 발사는, 김정은이 지난 1월 말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 파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 것으로서 지난 2017년 11월 북한 최초의 ICBM인 화성-1호를 발사한 지 4년 4개월 만이다. 이른바 ‘레드 라인’을 넘어선 것이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3.25)은 “김정은 동지께서 주체 111(2022)년 2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 무력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단행할 데 대해 친필명령했다”라고 보도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이 오늘(3.24) 오후 2시 34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발사했다’라고 확인했다.

이번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언론은 김일성 110회 생일 경축·미국의 관심 유도·주민 결속 의도 등 다양한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부수적 효과일 뿐, 본질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 프로그램이라는 연속선상에서 보아야 한다.

다만, 이번 ICBM 발사와 관련한 일련의 남북 당국의 대응에서 기존의 태도와는 다소 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바, 하나씩 짚어본다.

문재인 정부, ICBM 발사 강력 규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7호 발사가 알려지자,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고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아울러 “북한이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 군도 같은 날 오후 4시 25분부터 동해상에서 현무-Ⅱ 지대지 미사일 1발, 전술용 지대지 미사일 ATACMS 1발, 해성-Ⅱ 함대지 미사일 1발, 공대지 합동직격탄 2발을 발사하는 등 대응 의지와 능력을 과시했다.·

한편 서욱 국방부 장관은 4월 1일 육군 미사일 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 방어사령부 개편식에서 “현재 군은 사거리와 정확도, 위력이 대폭 향상된 다량·다종의 미사일을 보유해 북한의 그 어떤 표적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라고 대북 경고 수위를 높였다. 정부의 이런 대응은 대화에 매달리면서 ‘김정은 심기 살피기’로 일관하던 종전의 입장과는 사뭇 달라서 의아하기까지 하다.

주지하다시피, 문재인 정부는 지난 집권 5년간 △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여 우리의 안보 최전선을 약화하고 △ 김정은 정권에 핵무기로 작용할 대북 전단의 살포를 금지하는가 하면 △ 결국 신기루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국민의 안보 감수성을 마비시키는 등 우리의 안보 태세를 차근차근 와해시켜 왔다.

이뿐 아니다. 북한군이 2년 전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소각하는 사건(20.9.22)이 발생했을 때, 관계 기관은 실시간으로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고, 청와대에까지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국은 사전 녹화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내용 중에는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라는 문구도 포함)에 방해가 될까 모른 척했고, 통일부 장관은 ‘새벽 시간이라서 다음날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더 기막힌 것은, NSC 긴급회의를 소집한 시각(2020.9.24.)에 문 대통령은 한가로이 아카펠라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이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더욱이 올해 들어 대한민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연속적인 미사일 발사에도 ‘마지못해’ 유감 표명으로 일관한 것을 비롯 지난 5년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김정은의 행태에 아랑곳하지 않던 정부가, 임기를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느닷없이 미국을 위협하는 ICBM 발사에 대해서 강력한 규탄과 함께 대응 태세를 과시한 것이다.

김정은의 도발적인 행동에 강경하게 대응해 나선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 대해서는 ‘김정은이 미국 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함에 따라,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이 혹시나 대북 강경책을 취할 것을 우려하여 완충 역할을 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떨칠 수가 없다.

지난 2019년 3월 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할 때 모습. /사진=연합

북한, 핵 사용 위협 본격화

김여정은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능력’ 발언과 관련, 4월 3일 담화를 통해 “미친놈”, “쓰레기”, “대결광”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남조선(남한) 군부가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 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라며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라고 위협했다.

분이 덜 풀렸는지, 김여정은 이틀 뒤에 남한을 겨냥한 핵 사용 가능성을 거듭 밝히며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은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라며 막말을 쏟아냈다.

여기에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도 “남조선 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 군을 괴멸(궤멸)시키는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핵 사용 위협에 가세했다.

북한이 이번에 ‘핵 무력’을 앞세워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은, 일단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 관계에서 기선을 확실히 잡고 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구성원 동의 없이 김일성으로부터 3대째 절대 권력을 세습하고 있다. 여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전례가 없는 기형적 체제인 것이다. 이처럼 부당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하나가 핵무기 보유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있지도 않은 ‘미국의 한반도 침공’에 대비한다는「피해자코스프레」를 하면서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정당화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이 전혀 다르다. 김여정이 “우리는 남조선을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 이것은 순수 핵보유국과의 군사력 대비로 보는 견해가 아니라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수위를 조절했지만, 처음으로 ‘핵을 남한에 쏠 수 있다’라며 공개적으로 위협한 것이다.

이는 ‘김씨 정권의 몰락 위기’ 등 사태의 전개에 따라서는 온 민족의 머리 위에 핵 참화를 들씌우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정은의 현실적인 핵 위협이 한 걸음 더 다가온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윤석열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