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Out NK] 최근 일련의 北 동향으로 본 한반도 위기 상황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인 지난달 27일 조국해방전쟁(6·25전쟁)참전열사묘를 찾아 참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은 7월 27일 열린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69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군의 대북 선제 타격 가능성에 대해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한편 미국을 겨냥해서는 “미국이 우리 국가의 영상을 계속 훼손시키고 우리의 안전과 근본 이익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더 큰 불안과 위기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어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작태”라면서 “혁명의 정세는 우리 군사력의 ‘더 빠른 변화를 필요’로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말 폭탄’에 가까운 이번 김정은의 발언은, 기본적으로는 5년 만에 부활한 연합 야외 기동훈련 등 한미의 공동 대응 태세 강화를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북한 동향과 연계해 볼 때, 향후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첫째, 북한발 핵 위기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 급속 발전과 함께 선제 사용을 시사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임의의 전쟁 상황에서 각이한 작전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핵 무력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연설에 앞서 김여정은 4월 5일 담화를 통해 “핵 무력의 사명은 우선 전쟁에 말려들지 않자는 게 기본이지만, 일단 전쟁 상황에서라면 그 사명은 타방(상대방)의 군사력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으로 바뀐다”라며 “남조선(남한)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매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유사시 대남 ‘핵 공격’ 의지를 직접 밝힌 것이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의 사회로 지난 6월 21~23일, 당 중앙군사위 8기 3차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6·24)은 “(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전선(전방)부대들의 작전 임무에 중요 군사행동 계획을 추가”하고 “전쟁 억제력을 가일층 확대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담보를 세우는 데서 나서는 중대 문제를 심의하고 승인하면서 이를 위한 군사 조직 편제 개편안을 비준했다”라고 보도했다. 또 조선중앙통신(6·23)은 북한의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리태섭 총참모장이 김정은 앞에서 동해안 축선이 그려진 작전지도를 걸어놓고 브리핑하는 사진을 보란 듯이 공개했다.

김정은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라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인 일이 있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한반도 침공에 대비한다’라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이처럼 최근의 동향을 보면, 김정은은 핵을 선제 사용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NPT 탈퇴(1993.3)로 시작된 1차 핵 위기(핵 보유 의지 표명)와 핵실험 강행(2006.10)으로 야기된 2차 핵 위기(핵 능력 보유)를 거쳐, 현재의 안보 상황이 ‘핵 선제 사용 가시화’라는 3차 핵 위기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둘째, 우리가 판단하는 이상으로 북한 내부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당 중앙위 8기 8차 정치국 회의(5·12)에서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회(5·18) ▲정치국 협의회(5·21) ▲정치국 협의회(5·29) ▲당 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6·8~10) ▲당 중앙위 비서국 회의(6·12) ▲당 중앙군사위 8기 3차 확대회의(6·22) ▲당 비서국 확대회의(6·28) 등이 이어졌다.

김정은이 5월 14일 정치국 협의회에서 “세계적으로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발언한 바와 같이, 이들 회의는 대부분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당 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이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면서 “공화국 무력과 국방연구 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

이어서 열린 당 중앙위 비서국 회의와 당 비서국 확대회의에서는 ‘당 안에 강한 규율 준수 기풍을 세우고 불건전하고 비혁명적인 행위들을 표적으로 더욱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 ‘당 총무 사업 규정과 기요(비밀) 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과 보위, 안전, 사법, 검찰부문 사업에 대한 정책 지도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 같은 일련의 동향은 현재 북한의 내부 상황이 단순히 코로나19 상황을 넘어 식량난 등 총체적인 난관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식량난은 대단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데일리NK에 따르면, 1㎏당 쌀값이 5월 이전까지 5000원대 초를 유지하다가 7월 들어 6000원 선까지 올랐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 2년간 비축미를 풀어 식량 부족분을 메워 왔는데, 비축미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국경까지 닫히면서 장마당에 풀릴 식량 자체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국경 지역 소식통은 “북·중 밀무역으로 유입되던 식량과 물자도 크게 줄어 장마당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전하고 있다. 돈이 있어도 식량 자체를 구하지 못해 굶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의 식량 부족 현상은 배급 시스템이 아닌 장마당의 문제라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장마당의 기능이 멈추면 일반 주민의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풍 등 자연재해까지 더 해질 경우,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훨씬 넘어선 참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김정은의 위협 발언과 북한 내부 정세를 종합하면, 경제난 등으로 대규모 주민 소요가 일어나 정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 ‘이 땅에서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김정은은 내부 위기를 외부로 전가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는 지난 1990년대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정권이 붕괴할 때, 김일성이 “남조선과 미국이 조선을 공격해 오면 우리의 힘으로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물어보자, 김정일이 “전쟁에서 지면 지구를 깨버리겠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에서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이런 안보 위협 요인에 대비하여, 하드웨어적으로 ‘핵에는 핵으로 대응’이라는 핵 확장 억제 능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소프트웨어적으로 김정은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핵 사용’을 선택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 내부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조기경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특히 윤석열 정부가 북핵 대응 정책을 마련하는 데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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